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아들 불러 '위로'…"잔인한 악수" 비판

입력 2018-10-24 20:15  

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아들 불러 '위로'…"잔인한 악수" 비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사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아들을 불러 조의를 표하며 악수하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3일 오후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를 리야드 야맘마 궁으로 초대해 부친의 사망에 애도를 전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순간을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이 사진에서 살라는 다소 경직된 무표정한 얼굴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악수했다.
절대 군주정인 사우디에서 왕과 왕세자를 알현하는 평범한 백성의 자세라고 보기엔 다소 꼿꼿해 보이기도 한다.
이 사진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비판과 살라를 향한 안타까움을 적은 글이 쏟아졌다.
이미 전화로 살라에게 조의를 전한 것도 모자라 굳이 궁으로 불러 유족을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한 무함마드 왕세자가 과도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진 속 살라의 표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하라고 지시했을 수도 있는 이와 억지로 대면해야 하는 아들의 비참함이 엿보인다며 동정했다.
한 네티즌은 이 사진을 두고 "잔인한 악수"라고 혹평했다.
사우디의 유명 여성인권 운동가인 마날 알샤리프는 트위터에 "그들(살만 국왕, 무함마드 왕세자)은 살라를 궁으로 불러 조문을 받도록 했다. 살라의 얼굴에 적혀있다. 이 사진을 보고 비명을 질렀고 토할 뻔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카슈끄지 유족의 지인을 인용해 "카슈끄지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하자 사우디 사법부가 아들 살라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알자지라 방송은 24일 "사진 한 장이 1천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얘기를 전한다"며 "사우디 왕실은 이런 장면을 내보내면 자신들이 관대하다는 평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살라의 고통이다"라고 보도했다.
일부 네티즌은 사진 속 살라가 입은 디스다샤(아랍권 남성이 입는 흰색 통옷)가 심하게 구겨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살라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남을 거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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