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중미 이민자 사연 들어보니…"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입력 2018-10-25 06:53  

미국행 중미 이민자 사연 들어보니…"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촉발한 이면에는 어린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AP 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국경을 향해 북진하는 7천여 명의 캐러밴 가운데 어린이의 비중은 5∼10% 정도다. 캐러밴의 대다수는 온두라스 출신이며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지에서 온 이들도 포함됐다.
캐러밴에 참가한 부모들이 무리 중 소수에 불과한 자녀들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데다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큰 것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두라스 촐로마에서 노점상을 하다가 캐러밴에 참여한 어린 세 자녀의 어머니 루딘 히론은 이를 잘 대변한다.
히론은 이날 2인용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3∼5살짜리 자녀들과 함께 이동했다. 히론이 탄 오토바이 택시에는 다른 모녀도 동승했다.
자신의 무릎 위에 아들을 안고 이동하던 히론은 가족이 온두라스로 돌아가고 나서 어린 자녀들이 자란 후 직면할 수 있는 위협과 압력을 털어놨다.
그는 "마약 갱단이 예쁜 소녀를 보면 자신들을 위해 소녀를 원한다. 그들이 소년을 본다면 그를 마약에 빠뜨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거절한다면 살해당할 수 있다"고 히론은 말을 이어갔다. 온두라스에서는 어린이들이 폭력과 살인, 갈취를 일삼는 마약 갱단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11살 된 딸과 함께 오토바이 택시에 동승한 레이나 에스페란사 에스피노사도 모국의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에스피노사는 온두라스 코르테스에서 주식인 토르티야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캐러밴에 동참했다.
그는 "온두라스에는 일자리가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캐러밴은 이날 새벽 자치 경찰의 호위 아래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우익스틀라를 출발했다. 북쪽으로 75㎞ 떨어진 치아파스 주 마파스테펙까지 이동할 계획이다.
캐러밴이 풍찬노숙하며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까다롭고 오랜 시일이 걸리는 미국의 망명 심사라는 더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중미 이민자들은 망명 심사에서 탈락하면 곧장 고국으로 추방당한다. 그런데도 자식들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