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촉발한 이면에는 어린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AP 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국경을 향해 북진하는 7천여 명의 캐러밴 가운데 어린이의 비중은 5∼10% 정도다. 캐러밴의 대다수는 온두라스 출신이며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지에서 온 이들도 포함됐다.
캐러밴에 참가한 부모들이 무리 중 소수에 불과한 자녀들의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는 데다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큰 것이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두라스 촐로마에서 노점상을 하다가 캐러밴에 참여한 어린 세 자녀의 어머니 루딘 히론은 이를 잘 대변한다.
히론은 이날 2인용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3∼5살짜리 자녀들과 함께 이동했다. 히론이 탄 오토바이 택시에는 다른 모녀도 동승했다.
자신의 무릎 위에 아들을 안고 이동하던 히론은 가족이 온두라스로 돌아가고 나서 어린 자녀들이 자란 후 직면할 수 있는 위협과 압력을 털어놨다.
그는 "마약 갱단이 예쁜 소녀를 보면 자신들을 위해 소녀를 원한다. 그들이 소년을 본다면 그를 마약에 빠뜨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거절한다면 살해당할 수 있다"고 히론은 말을 이어갔다. 온두라스에서는 어린이들이 폭력과 살인, 갈취를 일삼는 마약 갱단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11살 된 딸과 함께 오토바이 택시에 동승한 레이나 에스페란사 에스피노사도 모국의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에스피노사는 온두라스 코르테스에서 주식인 토르티야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캐러밴에 동참했다.
그는 "온두라스에는 일자리가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캐러밴은 이날 새벽 자치 경찰의 호위 아래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우익스틀라를 출발했다. 북쪽으로 75㎞ 떨어진 치아파스 주 마파스테펙까지 이동할 계획이다.
캐러밴이 풍찬노숙하며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까다롭고 오랜 시일이 걸리는 미국의 망명 심사라는 더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중미 이민자들은 망명 심사에서 탈락하면 곧장 고국으로 추방당한다. 그런데도 자식들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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