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진영 조준 폭발물 소포에 美 발칵…중간선거 파장 촉각

입력 2018-10-25 07:49   수정 2018-10-25 14:50

反트럼프 진영 조준 폭발물 소포에 美 발칵…중간선거 파장 촉각
강력규탄·진상규명 촉구 한목소리…선거 변수되나 여야 엇갈린 셈법
민주, 분열-통합 구도 부각…트럼프 '테러' 표현 자제속 공화당 적극 대응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11·6 중간선거 'D-13일'인 24일(현지시간) 반(反) 트럼프 진영의 최고위 유력 인사들 및 언론 등을 겨냥한 동시다발적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워싱턴 정가 안팎이 벌집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반 트럼프 진영을 표적 삼은 테러 협박 시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회 권력의 탈환과 수성을 놓고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는 중간선거 국면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규탄,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미묘하게 엇갈린 셈법 속에 수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여론의 향배 등 그 여파에 촉각을 세웠다.
이번 사건이 민주당 지지층의 '공분'을 초래, 반 트럼프 세력 결집으로 이어지며 자칫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공화당도 그 가능성을 경계하며 선제 대응을 시도했다.
중간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미국 사회 분열상의 민낯을 보여준 이번 사건을 놓고 여야 모두 '통합'을 외쳤지만, 이 역시 속내는 갈렸다.
민주당은 은근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 분열 대 통합의 프레임을 선거 국면에서 활용하려는 셈법이 엿보였고, 공화당은 이러한 구도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했다.
특히 반대파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공격'이 이번 사건을 부추긴 측면이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라는 표현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공화당 인사들이 나서서 '테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결국 누구의 소행인지 그리고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등 사건의 진상이 충격파의 크기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의 타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지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전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 반 트럼프 성향의 CNN방송 등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단골 표적'으로 삼아온 반대진영의 유력 인사와 대표 언론이다.
흑인 여성 정치인인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틀 전에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이자 민주당 기부자로 알려진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으로도 비슷한 폭발물이 배달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권 들어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가운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은 여야 간 정치적 주도권 다툼 과정에서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 등 여권도 "정치적 폭력", "용납할 수 없는 비열한 폭력적 공격 행위" 등 이번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했다.
자칫 '미온적 대응'으로 비칠 경우 2주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 국면에서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도 미국 내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는, 매우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사건 수사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단결하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반대파들을 향한 전투적인 어조와 레토릭(수사)에서 급선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내국인'에 의한 '테러'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비겁한 공격에 대한 관용은 없다"고 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책임 있는 사람들은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질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트위터에 "이러한 소포의 직접적 희생양이 돼온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정당이나 어떤 이념을 지지하는 누가 됐든 간에 이런 짓을 한 사람을 규탄한다. 오랫동안 감옥에 보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어떤 이유도 성립할 수 없다. 미국은 이보다 나은 나라이다"라며 규탄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사태를 '테러'로 규정했다.
WP는 "공화당 인사들도 앞다퉈 이번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테러'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가운데 다른 공화당 인사들이 발 빠르게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오늘의 (외국 세력이 아닌 국내 세력에 의한) '국내 테러리즘' 기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 의회의 연례 자선 야구대회 훈련 도중 괴한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었던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트윗에서 "범죄를 넘어선 순전한 테러의 행위들"이라며 "이 사악한 테러 행위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무소속이든 누가 됐든 간에 미국민에 대한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번 사건을 저지른 테러리스트는 우리가 비록 정치적 갈등을 겪더라도 우리 가운데 누구 하나를 죽인다면 우리 모두의 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오린 해치(유타) 상원의원은 반 트럼프 진영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이번 사건을 조장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방팔방에서 공격받는 힘든 상황에 부닥친 만큼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엄호사격'에 나섰다.



직접적 타깃이 됐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의 한 후보자 모금 행사에서 "참으로 우려가 되는 시절이다.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깊은 분열의 시대이다. 미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걱정된다. 우리는 이 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하는 후보자들을 뽑아야 한다"며 통합 대 분열의 구도를 부각, 민주당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최근 '원주민 혈통' DNA 공개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장외 충돌'을 빚은 민주당 잠룡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사적인 시민과 공적인 관료, 언론 기관에 대한 폭력은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발붙일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는 거친 폭력 행위를 통해 이 나라의 자유 언론과 지도자들을 약화하려는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도 "민주당과 CNN을 겨냥한 테러의 날"이라고 규정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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