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월간 시리아서 감금 日언론인 "그곳은 지옥이었다"

입력 2018-10-25 10:04   수정 2018-10-25 15:01

40개월간 시리아서 감금 日언론인 "그곳은 지옥이었다"
NHK와 인터뷰서 "감금이 당연한 사실 되는 것 괴로웠다"
日정부, 장기감금에도 '외교성과' 띄우기…몸값 30억원 지불된 듯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 석방된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 씨가 억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지옥이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야스다 씨는 귀국길 비행기에서 NHK에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옥이었다"며 감금된 상황에 체념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점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3년간 내 자신이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몰라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로이터 제공]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 씨는 2015년 6월 시리아에서 행방불명된 뒤 23일 밤(일본시간) 3년 4개월만에 풀려났다. 야스다 씨를 납치한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전선'은 석방되게 도와달라는 그의 모습을 4차례 동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 중 지난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한국인으로 자칭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석방 후 터키에 머물렀던 그는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저녁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야스다 씨의 억류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인 적도 있지만, 일본 정부는 그가 석방된 뒤 그간 석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총리) 관저를 사령탑으로 하는 '국제 테러 정보수집 유닛'(CTUJ)을 중심으로 카타르와 터키를 움직이게 한 결과다"고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CTUJ는 일본인 10명이 사망한 아르헨티나 인질 사건과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일본인 살해 사건 후인 2015년 12월 일본 정부가 경찰청과 외무성, 방위성 등 관계 부처 인력 90명을 모아 창설했다.
이 조직은 야스다 씨가 석방되기 1주일 전 그가 석방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지금도 중동의 어떤 대사관에 CTUJ의 멤버가 있다. (야스다 씨의 석방은) 그 성과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와 관련해 "각국의 상층부와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군주(에미르)와 각각 전화통화를 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야스다 씨의 석방이 외교적 노력의 성과라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매체들 역시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할 때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야스다 씨의 석방을 직접 요청했으며 일본 정부가 과거 인질 석방 중개에 성공한 적 있는 카타르와 관계를 중시했다고 소개하며 아베 정권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야스다 씨의 석방에는 이런 외교적 노력보다는 납치한 무장조직에 인질 몸값을 지불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민간단체인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야스다 씨의 석방 후 일본 언론매체들에 "카타르가 억류 언론인의 생존과 석방을 위해 힘을 다했다는 자세를 국제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지급한 몸값은 3억엔(약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스다 씨의 정확한 석방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정부는 "몸값 지불을 포함한 거래는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혀 시리아인권감시단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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