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거의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하고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다.
25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전날 방송연설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가 현재 2개 국가와 금융 지원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더할 나위 없는 지원을 받았다. 따라서 우리가 IMF의 융자를 받더라도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할 것"이라면서 "현재 2개 국가와 협의를 진행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IMF에 긴급구제 자금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던 최근의 입장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약 120억 달러(약 13조6천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 총리는 이에 이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60억 달러(약 6조8천억원) 상당의 차관 도입을 성사시켰고, 내주에는 중국을 찾아 '차관 도입 외교'를 벌인다.
파키스탄 정부는 내달 초부터는 IMF가 파견한 실사단과 구제금융 지원 관련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IMF 구제금융의 경우 자금 활용에 제약이 많고, 미국의 견제로 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키스탄은 우방국 차관을 들여와 IMF 구제금융 규모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부채 급증과 외화부족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의 보유 외환은 올해 9월 기준 84억 달러(약 9조5천억원) 수준으로 올해 말이면 잔액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460억 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비롯해 620억 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IMF 최대 출자국인 미국은 파키스탄에 구제금융을 제공해도 그 자금이 중국이나 중국 채권자에 돌아갈 것이란 이유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중국과 파키스탄은 CPEC로 인한 채무는 전체의 1%에 불과해 재정난의 원인이 아니라면서 이러한 지적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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