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늘린다지만…예산·부지·지역편차 등 과제 산적(종합)

입력 2018-10-25 16:39  

국공립유치원 늘린다지만…예산·부지·지역편차 등 과제 산적(종합)
성난 여론 밀려 잠잠한 사립유치원 반발도 '휴화산'…조직적 저항 예상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기존에 제시했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과정에서 장애물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산·부지 확보는 물론, 국공립유치원이 도시보다 농어촌 등을 중심으로 지어지고 있는 점 등은 정책효과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5일 교육부는 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고 학부모 불신을 잠재우고자 기존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 시기를 1년 앞당긴 세부계획을 내놨다.
가장 큰 문제는 부지와 예산 확보다.
유아교육 업무 경험이 있는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교 부지에 있는 '병설형 단설유치원' 등도 있지만 일단 단설유치원은 독립 시설이 있어야 하고 규모도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보다 커서 하나 짓는데 100억원 가까이 든다"며 "부지와 예산 확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학부모 선호도가 가장 높은 단설유치원보다는 병설유치원을 먼저 늘리고, 초·중학교의 남는 교실을 쓰는 병설유치원 외에 매입형·장기임대형·공영형 유치원 등을 늘려갈 계획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최근 3년간 유치원 신설에 들어간 재정 소요를 추산해봤더니 연 2천억원 정도였다"며 "내년 유치원 신·증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하면 큰 문제는 없다. 필요하면 예비비 사용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공영형 유치원과 매입형 유치원의 경우 이미 개원해서 영업하고 있는 유치원의 경영·소유 형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용지 확보나 건설·리모델링 등에 드는 시간·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을 장기임대하는 유치원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런 작업이 교육부의 계획만큼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에서 운영비 등을 공립 수준으로 지원받되 개방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공영형 유치원의 경우 사실상 설립자가 마음대로 경영을 할 수 없어 사립유치원이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공영형 유치원은 2016년 2곳, 2017년 2곳을 선정해 총 4곳뿐이다.
교육청이 영세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운영하는 매입형 공립유치원 역시 일방적 폐원·모집중지 유치원은 배제되는 데다 활용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
서울에서는 관악구의 한 유치원이 내년에 첫 매입형 공립유치원이 된다.
이런 형태로 늘릴 수 있는 학급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별 취원율 편차를 극복하는 것도 난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5%다. 유치원생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국공립에 다니는 셈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취원율은 천차만별이다.
주로 서울·부산·대전 등 특별시·광역시보다는 도 단위 지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높다. 구도심보다는 신도시나 농어촌지역의 취원율이 높다.
서울지역(교육청·교육지원청 기준)의 경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8.0%로 전국 평균을 밑돈다. 강남·서초지역의 경우 25.2%로 전국 평균에 가깝지만, 가장 낮은 북부지역의 경우 9.5%로 한 자릿수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유치원이 몰려있는 경기도도 취원율이 24.4%지만 양평(73.5%)과 가평(68.3%), 연천(50.3%)지역 등은 유치원생 절반 이상이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데 비해 부천(19.7%), 평택(19.2%), 용인(17.2%), 안산(13.2%) 등은 취원율이 20%를 밑돈다.
대전(18.8%)과 대구(17.5%), 광주(18.3%), 부산(15.8%) 등도 전체적으로 국공립 취원율이 낮다.
학부모 수요가 많은 곳에 공립유치원을 늘려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지역 등 유치원 수요가 많고 아파트 건설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에서는 공립유치원 신설계획이 알려졌다가 무산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인근 사립유치원의 반발에 교육당국이 한 걸음 물러선 결과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학부모들이 많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한 청원인은 경기도 오산의 모 아파트 분양 당시 국공립유치원 부지가 예정돼 있었고 교육청 허가도 받았지만, 주변 사립유치원이 많다는 이유로 설립이 취소됐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어 지금 당장은 잠잠하지만 막상 사립유치원이 밀집한 지역에 공립유치원을 늘리려고 하면 기존 사립유치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추진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매입형, 장기임대형 등 늘리는 국공립(유치원)의 형태를 다양화하겠다는 내용이 대책에 들어가 있다"며 "이는 현실적으로 민간(사립유치원)과의 상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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