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은 쌈짓돈'…충북 사립·공립 유치원 비리 백태

입력 2018-10-25 11:41  

'공금은 쌈짓돈'…충북 사립·공립 유치원 비리 백태
설립자 월급 주고 차량 구입비도 지급…공금도 횡령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도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은 회계처리를 부실하게 하고 공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등 비리의 온상이었다.

원장이 유치원 회계를 쌈짓돈처럼 썼는가 하면 설립자에게 근거도 없이 거액의 돈을 지급했다. 화장품 등 개인 물품을 구입하는 데 유치원 돈을 썼고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립 유치원의 불투명한 경영이 교육당국의 지도·점검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한층 강도 높은 감사로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25일 공개한 실명 감사자료에 따르면 청주의 은성유치원 원장은 2016년 3월 모 업체와 소방안전관리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유치원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 이때부터 월 270만원씩 11개월간 2천970만원을 지급했으나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 설립자가 실제로 일을 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설립자는 자신이 세운 또 다른 유치원과는 행정부장 직함으로 근로계약을 체결, 하루 6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월 900만원의 급여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 유치원은 2015년 5월 교원 28명을 대상으로 사이판 연수를 했고 이듬해 5월 또다시 교원 31명이 참가하는 필리핀 연수를 다녀왔다.
설립자도 이 해외연수에 참여했는데, 두 차례의 사실상 해외여행에 총 263만원의 경비가 유치원 예산으로 지원됐다.
청주의 BK유치원 원장은 가칭 '사유재산 공적 이용료' 명목으로 2015년 3월부터 그해 12월까지 매달 300만원씩, 총 3천만원을 임의로 유치원 회계에서 설립자 계좌로 이체했다.
또 설립자 사유재산 공적 이용료 계좌에서 유치원 재산세 169만여원과 주민세 25만여원을 지출했고 나머지 2천800여만원을 보관하다가 도교육청 감사 때 적발됐다.
이 유치원 원장은 또 2015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방과 후 과정비를 교육지원청에 신청하면서 하루 8시간 이상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17명의 비용 945만원을 부당 수급했다.
청주 동청주유치원 원장은 2015년 4월부터 이듬해 6월 사이 324만원어치의 개인 의류와 화장품을 유치원 회계로 샀다.
같은 지역의 청남유치원에서는 횡령 사건도 발생했다.
이 유치원 원장은 2009년부터 5년간 어린이집 건축기금 명목으로 2억원, 2011년부터 3년간 어린이집 운전원을 채용했다고 속여 급여 6천360만원을 챙기는 등 총 3억7천5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계좌에 보관하다가 고발 조처됐다.
이 원장은 2013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시설관리인을 채용했다고 속여 2천390여만원을 받았고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판공비 명목으로 월 20만∼50만원을 챙겼다.

청주 새복대유치원 원장은 개인 자동차를 산 뒤 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차량 구입비 717만여원을 유치원 차량유지비, 운영비, 수리비 명목으로 부당하게 지출했다.
공립 유치원은 대부분 회계를 잘못 처리했다가 적발됐지만 심각한 사례도 확인됐다.
옥천 삼양유치원의 행정 8급 직원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138차례에 걸쳐 학교회계 및 법인카드 통장에서 본인이나 배우자, 언니, 대부업자 등 20여명에게 총 1억3천190여만원을 송금하는 등 유치원 회계를 유용하다가 적발됐다.
이 직원은 통장과 회계장부의 잔액을 맞추기 위해 수입액 13건 1억1천976만원을 임의로 감액했고 감사를 앞두고 공금 횡령·유용을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 유치원의 또 다른 행정 8급 직원은 2014년 3∼5월 법인카드 통장에서 7차례에 걸쳐 1천240여만원을 인출, 사적으로 사용했고, 학교회계 통장에서 49차례에 걸쳐 5천888만여원을 사적으로 썼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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