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끼이이익, 쾅!", "어머 어머", "아이고…"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은색 가발을 쓴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역주행하다가 유턴하는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승용차 보닛에 부딪혔다가 튕겨 나간 이 남성은 공중에서 여러 바퀴를 돌더니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어르신들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다친 거 아닌가", "소리가 크게 났는데"라며 수군거렸다.
잠시 후 이 남성은 벌떡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인사했다. 그제야 관객들은 안심한 듯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등이 개최한 제1회 어르신 안전보행 다짐대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어르신 보행자 교통사고 재연이 있었다.
노인이 자주 당하는 교통사고 사례를 직접 보여주면서,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취지에서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142명 중 노인은 73명으로 51.4%를 차지한다. 보행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이날 이유하 무술 감독의 지휘 아래 영화·드라마에 실제 출연하는 스턴트맨들이 재연한 교통사고 장면은 보행자·자전거 무단횡단사고 등 총 5가지다.
스턴트맨 경력 17년의 김정섭(37) 씨는 재연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젊은 사람도 교통사고를 당하면 위험하니 어르신들은 더 조심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교통사고 재연을 구경하던 어르신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일부는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복심(75) 씨는 "실제로 사고 장면을 보니까 너무 무서웠다"며 "앞으로 길을 건널 때 좌우를 잘 보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재연장면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노인정과 복지회관 등에서 어르신 교통안전교육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지능검사를 받거나, 음주 고글을 착용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체험해보는 자리 등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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