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때문에 생긴 부채 메꾸려 나랏돈 1조8천억원 유용"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가 1조8천억원 상당의 나랏돈을 유용한 혐의로 재차 피소됐다.
25일 일간 더 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말레이 검찰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에서 나집 라작 전 총리와 모흐드 이르완 스리가르 압둘라 전 재무차관을 6건의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두 사람은 2016년 12월에서 2017년 12월 사이 총 66억4천만 링깃(약 1조8천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자금은 나집 전 총리가 조성한 비자금 때문에 생긴 국영투자기업 1MDB의 해외 부채를 갚는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혐의의 형량은 20년 이하의 징역이며 상당액의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올해 7월과 8월, 9월에도 1MDB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나집 전 총리를 반(反) 부패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32건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나집 전 총리에게 걸린 혐의는 모두 38건으로 늘게 됐다.
나집 전 총리와 모흐드 이르완 전 사무국장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나집 전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면서 2009년 1MDB를 설립한 뒤 수조 원대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분노한 말레이시아 국민은 올해 5월 총선에서 야권에 몰표를 던져 그를 권좌에서 몰아냈고, 새 정부는 즉각 1MDB 스캔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3천억 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 핸드백 등 사치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나집 전 총리는 이 물건들이 '대가성 없는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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