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가공그룹 회장 '구금설' 퍼트린 언론인 징역형 논란

입력 2018-10-25 15:33  

중국 유가공그룹 회장 '구금설' 퍼트린 언론인 징역형 논란
FT "중국 당국의 기업 관련 보도 제약 강해졌다는 신호"
언론인보호위원회 "보도 이유로 언론인 감옥 가선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법원이 중국 최대 국영 유가공그룹 이리(伊利)의 판강(潘剛) 회장 구금설을 퍼트린 언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중국 법원이 판강 회장이 몇 달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관련 글을 보도한 언론인 2명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면서 "중국에서 기업 관련 보도에 대한 제약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해 이리의 본사가 있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 시 법원이 언론인이자 금융 뉴스 블로거로 활동하는 저우광샹(鄒光祥)과 류청쿤(劉成昆)에게 각각 1년과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법원의 판결문 초안에 따르면 두 사람에게 적용된 죄목은 '불안을 수집해서 불안을 야기시키기로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런 죄목은 중국 당국이 과거 반체제 인사나 인권 변호사에게 적용한 모호한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언론자유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성명을 내고 "중국 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CPJ는 성명에서 "어떤 언론인도 단지 뉴스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서는 안 된다"면서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라 공적인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류청쿤의 변호인인 왕페이 변호사는 류청쿤이 자신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리와 같은 국영 기업에 대한 보도에도 제약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의 언론 매체들은 지난 5월 저우광샹과 류청쿤이 인터넷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타인을 비방한 혐의로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홍콩 매체에 따르면 류청쿤은 지난 3월 26일 이리의 판 회장을 연상케 하는 소설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이 소설에서 판 회장은 범법 행위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저우광샹은 류청쿤의 소설을 본 후 같은 날 자신의 웨이신(微信·위챗) 계정에 판 회장이 체포돼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러한 소식에 당일 이리의 주가는 3.5% 급락해 시가총액 1조 원이 증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커지자 이리 경영진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후허하오터 시 경찰은 곧바로 두 사람을 체포해 조사했다.
판 회장은 지난 1월부터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구금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리 측은 지난 4월에야 판 회장이 미국에서 심장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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