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소년은 지나간다'·에세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 문단의 중심에 있는 작가 구효서, 젊은 세대와 호흡하는 감각적인 작가 백영옥이 나란히 산문집과 에세이를 펴냈다.
구효서는 1987년 등단해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다. 그의 신작 산문집 '소년은 지나간다― 스물네 개의 된소리 홑글자 이야기'(현대문학 펴냄)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 스물네 편을 묶은 책이다.
작가가 유년을 보낸 바닷가 마을의 전후(戰後) 풍경, 그곳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사정과 속내를 서정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자전소설 형식의 산문이다. 작가 개인의 어린 시절 기억을 통해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끈질기게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뻘', '깨', '뽕', '뻥', '깡', '씨' 등 된소리 홑 글자를 각 장 제목으로 삼아 마을 사람들과 여러 사건의 이모저모를 풀어낸다. 작가 특유의 사려 깊고 따뜻한 시선과 밀도 있는 문장, 구성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창말에는 그런 묘한 기운의, 뻥이 있는 것이다. 터져 흩어진. 텅 빈. 뚫려 환해진. 구멍. 빈터. 없음. 유실. 훼손. 결락. 기운. 생동. 과거의 것이면서 현재의 것이고, 있는 것이면서 없는 것이고, 그러다 다시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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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스타일',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로 사랑받은 백영옥 작가는 신작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아르떼 펴냄)에 매일의 독서와 일상 속에서 수집한 빛나는 문장들을 담았다.
1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어 '활자 중독자', '문장 수집가'를 자처하는 작가는 오랫동안 차곡차곡 모은 '밑줄'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이 문장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어떻게 되새기면 좋은지 알려주는 '밑줄 사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포근한 위로가 되는 문장을 처방해준다. 이 책의 부제가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인 이유다.
"저자가 말합니다. 연애 불능과 애착 불능은 자기실현과 완벽을 향한 노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요. 우리는 나와 더 잘 맞는 상대, 내 삶을 더 의미 있게 채워줄 상대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사랑에 있어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강박은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까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사랑이라고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작가 조나단 프란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마음이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 이기심이 줄어들었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사랑이라면, 당신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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