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허위 공문' 들고 헌재소장 찾아가 거짓 해명(종합2보)

입력 2018-10-25 22:09  

임종헌, '허위 공문' 들고 헌재소장 찾아가 거짓 해명(종합2보)
'헌재 월권' 언급 문건 유출되자 '심의관 개인 의견' 책임 전가
통진당 해산 후 재산처리도 靑과 협의 정황…재판부에는 결론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이지헌 기자 =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의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를 깎아내리는 내부문건이 유출되자 헌법재판소장을 찾아가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이 허위내용을 담은 공문을 작성하고 국정감사에서도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그의 구속영장에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시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전주지법이 통진당 지방의원의 지위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다음 날인 2015년 11월 26일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을 찾아갔다.
법원행정처는 전주지법 판결 직후 "위헌 정당 해산에 따른 국회의원의 퇴직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법원에 있으며, 이런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문건이 실수로 기자들에게 배포되자 법원행정처 간부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문모 당시 사법정책심의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로 결정했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의원들이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잇따라 행정소송을 내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원에 미칠 영향과 재판의 판단 방향을 분석하는 등 조직 차원에서 대응한 바 있다.



유출된 내부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임 전 차장은 문 전 심의관에게 해명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법원행정처 공식 의견이 아니라 심의관의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며 결재를 얻지도 않은 내용이다",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차장, 사법정책실장은 모두 외부 일정으로 출타 중이어서 내부에 보고되지도 않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 전 차장은 이런 '거짓 경위서'를 들고 헌재소장을 찾아가 '월권' 표현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이 문건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도 보냈다. 검찰은 '심의관 개인 의견'이라는 해명 문건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진술을 복수의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하고 임 전 차장에게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임 전 차장은 이듬해 대법원 국감에서 거짓 해명을 반복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2016년 10월 18일 "법원행정처가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월권'이라는 공보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느냐"는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의 질의에 "그것을 행정처 차원에서 작성한 적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국회증언감정법은 허위 진술을 한 증인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한편 2014년 12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이후 통진당 재산의 국고 환수 방안과 관련해 청와대가 적절한 처리 방식을 놓고 행정처에 의견을 구하고 그 과정에 임 전 차장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선관위는 통진당이 재산을 빼돌리지 않도록 전국 각지 재산의 국고 환수 절차에 착수했는데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 방식을 택하라고 당시 행정처가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 선관위가 먼저 가압류 신청을 내자 법원은 가처분 신청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보정명령을 내렸고, 이후 다른 지역 선관위들이 줄줄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인용했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사실상 청와대에 법률 조언을 해주고 그 결과에 따르도록 일선 법원에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임 전 차장의 영장 범죄사실에 이를 추가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 이들 혐의를 포함해 30개 안팎의 범죄사실을 기재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늦게나 이튿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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