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어닝쇼크'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차는 25일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에 매출 24조4천337억 원, 영업이익 2천889억 원의 실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76.0% 줄었고, 201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불과 며칠 전에 KB증권이 추정한 8천183억 원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그야말로 '어닝쇼크'다, 분기 영업이익률이 1.18% 불과하니 연간 매출 100조 원 가까운 글로벌 기업의 실적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다.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나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실적을 보이며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다. 현대차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데 유럽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는 아직 두 시장을 대체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수출여건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경기하강세가 뚜렷한 국내시장에서 내수가 늘어나리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 유류세 인하가 자동차 내수에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 자동차 산업이 자생력을 갖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혁신을 통한 품질개선과 원가절감밖에 없다. 그런데 대표주자가 100원어치를 팔아 2원도 남기지 못하는 수익구조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개발(R&D)과 과감한 기술혁신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자율운행차와 친환경차 등 미래차 기술개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업체에 뒤진 마당에 수익구조마저 나빠지면 우리 자동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는 설 자리가 없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는 현대차가 이러니 잘못하다가는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국 순위 5위를 유지하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7위인 멕시코에 거의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우리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고 멕시코는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말까지는 역전당할 수도 있다. 우리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생산량도 올해는 몇 년째 유지해왔던 9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은 후방 연관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이다. 완성차 업체 뒤에서는 철강이나 전장품 등을 공급하는 다른 산업이 있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즐비하다. 완성차 업체가 무너지면 영향을 받는 업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경영진은 물론 노조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노사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조만간 자동차 산업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되, 노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경영위기를 초래하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겁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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