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주장에 슬로바키아·체코 지지…러시아가 시장 차지할까 우려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독일이 사우디에 무기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유럽 국가들도 독일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고 나섰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22일(현지시간) 공영방송 인터뷰에서 대사우디 무기수출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이 공통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동의한다면 사우디 정부가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라며 압박 수단으로서 EU가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독일이 무기수출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독일이 빠진 틈을 타서 들어오면 긍정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EU가 함께 대응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24일 성명에서 독일의 제안을 논의해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토마스 페트리세크 체코 외무장관도 유럽 국가들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이 사우디를 제재한다면 동참하겠으며 EU가 비슷한 결정을 한다면 동참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트마이어 장관의 발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난달 독일 정부는 4억1천600만 유로(약 5천400억 원) 규모의 대사우디 무기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 이후 무기 수출 제한 논의가 EU 내에서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미 지난달 스카이TV 인터뷰에서 사우디, 중국 같은 나라를 상대하려면 비공개로 문제를 거론해야 하며 공개적으로 거래 중단을 밝히면 이후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서방의 빈틈을 러시아가 치고 들어오는 것도 EU에는 골칫거리다.
지난해 10월 살만 사우디 국왕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와 사우디 양국은 S-400 미사일 대공방어 시스템을 비롯한 무기 거래 계약을 논의했다.
아직 사우디가 러시아제 무기를 수입하기로 계약한 적은 없지만, 미국과 EU가 무기수출을 중단한다면 러시아와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는 셈이다.
벤야민 그리보 프랑스 엘리제 궁 대변인은 24일 사실관계가 확정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면서 사우디가 카슈끄지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제재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무기 수출국인 영국, 프랑스가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카슈끄지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EU 차원에서 사우디에 무기수출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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