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년 석·박사 과정 빈에서 등록…열린사회재단은 베를린행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중앙유럽대학(CEU)이 결국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CEU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유로운 미국 기관으로서 헝가리에서 합법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26년간 머물렀던 이곳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말했다.
CEU는 헝가리계 미국인 소로스가 1991년 설립한 대학으로 동유럽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식 경영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여러 차례 최고 대학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소로스가 헝가리에서 열린사회재단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난민 등을 돕는 시민단체를 후원하면서 우파 민족주의자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대립하게 되자 CEU도 압박을 받았다.
헝가리 정부는 CEU를 겨냥해 본국에 캠퍼스가 없는 외국 대학은 인가를 불허하는 법을 만들었다. CEU는 미국 뉴욕주에 등록된 대학이지만 따로 미국에 캠퍼스는 없다.
오르반 정부는 광고판과 언론에 소로스를 비판하는 광고를 싣고 그가 유럽의 난민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난민을 돕는 단체 회원과 개인을 최고 징역 1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법까지 만들었다.
열린사회재단은 올 4월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4선에 성공하자 결국 본부를 부다페스트에서 베를린으로 옮겼다.
CEU는 2019∼2020년 학기 석·박사 과정 신입생은 빈 캠퍼스에서 받기로 했다.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대로 부다페스트에 남는다.
이그나티에프 총장은 "올해 12월 1일까지 헝가리 정부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약속한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면 결국 빈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CEU의 주장에 대해 '정치적 음모'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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