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재단이 집계 등 주관…암로 "피할 수 있는 부패 이야기 하는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서 130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가 투입될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 강행 여부를 가리기 위한 비공식 국민투표가 25일(현지시간) 개시됐다.
오는 12월 취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날부터 4일간 수도 신공항 건설 지속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작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은 투표 직전 "우리는 수백만 페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피할 수 있는 부패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에는 정부 기관이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 7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차기 여당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의 지원 아래 비영리 아르투르 로센블루에트 재단이 투표와 집계를 주관한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비율이 55%로 우세했지만, 찬반이 극명히 갈려 실제 투표 결과를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정책 결정은 진보적인 암로 정권의 향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지로 여겨지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권은 현 멕시코시티 공항을 유지하면서 멕시코시티 남부에 있는 공군기지에 활주로 2곳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공항 포화 현상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기술 보고서 등을 토대로 신공항 건설에 착수했다.
현 정부에 따르면 신공항은 4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최대 1억2천5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현 멕시코시티 공항의 연간 승객 수용규모는 3천200만 명이지만 지난해에 약 4천400만 명이 이용해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 신공항 공사는 멕시코시티 북동부 외곽에 있는 텍스코코에서 진행 중이다. 전체 공사의 약 3분의 1가량이 완료된 상태다.
그러나 암로는 대선 캠페인을 펼치면서 수주와 관련한 부패로 신공항 건설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등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며 오는 12월 취임 후 재검토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암로는 당선 후 새로 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멕시코시티 남부에 있는 공군기지를 신공항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을 지지해온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멕시코 통신재벌로 최대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은 "신공항 건설 사업을 취소한다면 국가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를로스 슬림이 소유한 건설사 CICSA는 다른 6개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47억 달러 규모의 신공항 터미널 공사 계약을 수주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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