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서 34m 길이 재현선 진수
수령 70∼150년 소나무 900그루 사용…시속 19.5㎞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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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한일 교류 상징인 조선통신사선이 200여년 만에 다시 제작돼 26일 역사적 첫 항해에 나섰다.
전남 목포 소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5년 6월 설계에 착수한 뒤 3년 만에 완성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을 이날 오후 공개하고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식을 열었다.
조선통신사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마련한 진수식은 진심으로 이웃을 대한다는 의미를 지닌 '성신교린'(誠信交隣)이라는 주제 아래 현판 제막식, 뱃고사, 한일 양국 예술단 공연, 항해 순으로 진행됐다.
그에 앞서 선박 판옥(板屋) 내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귀영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조선통신사는 국왕을 대신해 일본에 가는 사신이어서 통신사선은 크고 화려했다"며 "왕이 거주하는 공간에만 한다는 단청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선 정부가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 사절인 통신사는 한양을 출발해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일본 쓰시마섬과 시모노세키를 거쳐 세토나이(瀨戶內)해를 통과한 뒤 오사카부터 육로로 교토 혹은 도쿄까지 갔다.
조선전기에는 세종 11년(1429) 교토에 파견된 박서생 사절단을 시발로 삼아 성종 10년(1479)까지 여러 차례 통신사가 일본으로 향했다.
조선통신사를 통한 한일 교류가 본격화한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 전쟁으로 경색된 양국 외교관계는 이내 선린우호로 돌아서 선조 40년(1607)부터 순조 11년(1811)까지 12차례 통신사가 꾸려졌다.
조선 후기 통신사 규모는 관리와 역관을 포함해 대략 400∼500명이었다. 선단은 통상 사신이 타는 기선(騎船) 3척과 화물을 실은 복선(卜船) 3척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연구소가 완성한 선박은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正使)가 탑승한 '정사기선'을 재현 대상으로 삼았다.
뱃머리, 판옥, 창고, 조타실이 있고, 판옥 아래층에는 배를 부리는 격군이 머물렀다. 길이 34m, 너비 9.3m, 높이 3m, 돛대 높이 22m, 정원은 72명이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1323년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 신안선 길이가 32m이고, 거북선 길이가 28m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신사 정사가 탄 배는 상당히 큰 편이다.
총톤수는 149t인데, 엔진을 제외하면 126t이다. 항해 속도는 7노트(시속 13㎞)지만, 엔진을 가동하면 10.5노트(시속 19.5㎞)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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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재 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2015년부터 강원도 삼척, 홍천, 태백, 정선 등지를 다니며 선박 건조에 사용할 수령 70∼150년 금강송을 하나하나 골랐다"며 "통신사선에는 모두 900그루가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사는 "나무 직경은 45∼90㎝이고, 최고 길이는 13.5m"라며 "수령이 70∼100년인 나무는 내부에 썼고, 조금 더 견고한 100∼150년 된 나무는 외부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다양한 문헌과 그림을 살펴 통신사선을 제작했다. 선박 운항 실태를 기록한 '계미수사록'(癸未隨사<木+差>錄), 통신사선에 사용한 척도를 수록한 '증정교린지'(增政交隣志), 선박 전개도와 평면도가 있는 '헌성유고'(軒聖遺槁) 같은 18∼19세기 자료를 참고했다.
그림 중에는 '조선통신사선견비전주선행렬도', '조선통신사선도', '근강명소도회 조선빙사' 등 일본 회화를 분석했다.
홍 연구사는 "그림을 보면 통신사선에 파도를 막아주는 구조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보통은 배 방향을 조종하는 키를 등 뒤에 두고 잡는데, 통신사선은 선장이 키를 몸 앞쪽에 두고 운항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를 건조하기 위해 수중에서 발견한 유일한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 4호선 구조도 확인했다"며 "통신사선 재현선 제작 경험이 전통 관선(官船)은 물론 거북선 구조와 조선 기술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재현선은 선상박물관과 체험장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조선통신사 축제나 섬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통신사선으로 일본까지 가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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