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부당한 차별" 반발…재무성·국세청 등 "인식부족했다" 사과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 기관들의 장애인 고용자수 부풀리기가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일부 정부 부처가 장애인에 대해 구인공고를 하면서 '혼자 출근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무리한 조건을 내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과 국세청은 지난 9~10월 장애인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응모 자격에 '자력으로 출근이 가능한 사람', '돌봄인력의 도움 없이 업무 수행이 가능한 사람'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두 부처는 지난 8월 정부 기관의 장애인 고용 부풀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 뒤 장애인 직원을 서둘러 고용하면서 이런 조건을 달았다.
지난 22일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 검증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 고용 실적을 7천500명이나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장애인고용촉진법은 중앙 부처나 지자체에 직원의 2.5%(기업체는 2.2%)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식의 '차별적인' 장애인 채용 기준은 이미 정부 부처에 만연돼 있었다.
방위성,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농림수산성, 도쿄(東京)세관, 간토신에쓰(關東信越)국세국도 과거 비슷한 조건을 단 채용공고를 낸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성과 국세청의 채용 공고 내용이 알려지자 장애인 단체들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 인터내셔널 일본회의'는 "도움을 받으면 출근을 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장애인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차별이다"라며 "비장애인을 채용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명시한 법률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정부 부처가 솔선해서 장애인 고용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재무성과 국세청은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식이 낮았다"고 사과하며 문제가 된 채용 조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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