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91.1세 거동 불편…초고령자 많아 작별 계속될듯
일본 사죄없어 피해자 '명예 회복' 여전히 요원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세상에는 손꼽아 기다리는 기쁜 날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역사의 산증인들인 일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존자 숫자를 차감하는 카운트다운은 손으로 꼽을 때마다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과 책임감이 깊어지는 일이다.
시간을 두달 남짓 전으로 돌려보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지난 8월 14일 밤 추모 행사가 열린 서울역 광장에는 전등불을 환하게 밝힌 의자 240개가 놓여 있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생존·사망 할머니들의 숫자를 의자 240개로 표현한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의자를 밝힌 불빛은 하나둘씩 꺼졌다.
당시 연세대 디지털아트학과 프로젝트 그룹이 선보인 퍼포먼스처럼 피해 생존자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지 못한 채 고령과 지병 악화로 하나둘씩 그들을 지탱했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난 26일 향년 97세로 숨진 하점연 할머니를 포함해 올해만 6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영면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겨우 27명뿐이다.
생존자는 대부분 80∼90대의 고령이고 거동이 쉽지 않은 분이 많다.
생존 피해자들의 평균 나이는 91.1세로 초고령이다.
85∼89세가 8명, 90∼95세가 17명, 95세 이상도 2명이나 된다.
거주 지역은 경기가 9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 7명, 경남 4명, 대구 3명이 살고 부산·울산·전남·경북에도 1명씩 있다.
이들은 피해자 쉼터나 요양병원에서 머물거나 일부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
경기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에는 7명의 피해 할머니들이 지내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등 위안부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한 영화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피해자 지원단체 측은 귀띔한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시도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다.
명예 회복을 위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화해·치유재단'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이다. 하지만 우파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 처리 문제 등이 얽혀 위안부 문제는 올해도 깔끔한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세상이 다 아는 일본군의 만행을 일본 정부만 입 다물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점점 돌아가시는데 살아계실 때 명예회복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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