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철도 공동조사·체육회담·北예술단 방남 등 날짜 미확정
北, 2차 북미정상회담 길목서 협상 전략 마련에 인력 집중한 듯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10월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북이 평양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10월 하순으로 합의한 일정들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 선 북한이 고위급회담과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으며 미국과의 '밀고당기기'에 주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남북 일정 중 일부는 다음 달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이 10월 하순에 하기로 합의한 일정 중 대표적인 것은 경의선 철도 현지공동조사다.
'연내 착공식'이라는 평양공동선언 내 합의사항을 지난 15일 고위급회담에서 '11월말∼12월초 착공식'과 '10월 하순 경의선·11월 초 동해선 철도 현지공동조사'로 구체화한 것이다.
남북은 이번주 후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군사분계선 통과를 위한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가 먼저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은 공동조사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
남측 인원과 열차를 이용한 경의선 철도 현지공동조사는 지난 8월 유엔사의 통행계획 불허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미국과의 협의가 언제 끝나느냐에 따라 공동조사가 10월 내에 시작되지 못할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공동조사) 일정이 확정된 바 없으며 현재 북측 및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관련 준비가 완료되면 유엔사의 협조를 거쳐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10월 하순과 10월 말로 대략적 시기가 합의된 보건의료 분과회담과 체육회담도 아직 구체적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평양공동선언에 '10월 중'으로 명시된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도 지금까지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아 이달 중 개최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처럼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의 구체 일정들이 확정되지 않는 데는 미국과의 협상에 주력하느라 남북 일정에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북측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협상의 입구에서 미국 측에 고위급회담이나 실무협상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연결할 중대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 마련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안마다 최고지도자의 결정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남북관계를 다뤄왔던 통일전선부가 김영철 부장을 필두로 북미관계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어서 남북과 북미 사안을 한꺼번에 진행해 나가기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간에 고위급회담 등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일정을 동시에 진행해가는 것이 북측에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각종 실무회담 등의 일정을 잡으면서 명확한 날짜 대신 '10월 하순', '11월 중' 등으로 대략적 시기만 명시한 데에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북측의 요청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에도 남북의 이행 논의가 6월로 늦춰졌는데, 북측이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에 인력 대부분을 투입하느라 남북 일정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었다.
그렇다고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일정이 모두 정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장성급회담을 열어 군사공동위원회의 구성 등을 논의했다. 지난 22일에는 산림협력 회담이 열려 연내 10개의 북측 양묘장 현대화 추진 등이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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