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은 미국이 중거리 핵전력(INF) 협정을 탈퇴키로 한 것은 새로운 군비 경쟁을 선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2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30년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INF에 서명하고 전술핵 감축과 제1,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들 협정에 의해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는 냉전 시절과 비교하면 극도로 줄어들었으며 2015년 핵비확산 검토회의에서 양국은 핵무기의 85%가 퇴역하고 그 대부분이 폐기됐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점도 아울러 언급했다.
고르바초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INF 협정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이 마땅히 자랑할 수 있는 이런 엄청난 업적은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INF협정이 군비경쟁으로 피해를 본 첫 협정은 아니라며 2002년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 협정(ABM), 올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것을 상기시켰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탈퇴 구실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거론했지만 러시아도 미국의 협정 준수와 관련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상호 수용이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협상을 제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 수년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한 이유는 지난주 INF협정탈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분명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고르바초프는 정치적 의지가 충분하다면 기존 협정의 준수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들은 해결될 수 있겠지만 지난 2년 동안 보았듯 트럼프 대통령은 딴 생각을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딴 생각이란 미국을 핵미사일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여하한 국제적 의무,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와 안보의 밑바탕을 이룬 국제 조약과 협정이라는 시스템 전체를 사실상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힐난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무한경쟁으로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에서는, 특히나 핵전쟁으로 번지기라도 한다면 승자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고삐풀린 군비경쟁과 국제적 긴장과 적대, 만연된 불신은 이런 리스크를 증대시킬 뿐이라고 끝맺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