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로 하랬더니…경제 어려운데, 지방의회 수당 인상 추진 러시

입력 2018-10-28 07:00   수정 2018-10-28 07:30

자율로 하랬더니…경제 어려운데, 지방의회 수당 인상 추진 러시
"현실화 필요하다" 부단체장 수준·두배·20% 등 대폭 인상 요구
동결·인하 움직임 아직 없어…시민단체 "잿밥에만 눈독을" 비난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회가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월정수당을 대폭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로 구분되는데, 의정활동비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그동안 월정수당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인상하는 방법으로 의정비를 올려 왔다.
그러나 월정수당 결정 방식을 지역별로 자율화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부 지방의회가 큰 폭의 인상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복잡한 월정수당 계산식을 없애고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하겠다는 게 시행령 개정의 취지이지만 지방의원들은 '월정수당 현실화'를 명분으로 이참에 대폭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 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 지방의원 의정비 총액을 각 시·군 부단체장 보수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금액이 정해져 있는 의정비 대신 지방의회마다 금액이 제각각인 월정수당을 조정해 의정비 총액을 인상하자는 것이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춘천시의원 1인당 의정비는 현재의 연 3천750만원에서 두 배가량 오른다.
이원규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 협의회장은 "현재 의정비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며 "부단체장급으로 올려달라는 게 무리라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의 요구는 의정비 인상이 아닌 현실화"라고 주장했다.



의정비 인상 요구를 둘러싼 잡음은 인천에서도 불거졌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월정수당 19% 인상안을 제출했고, 다른 기초의회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의정비가 인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 시민단체는 "기초의회가 자기 주머니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의정비 인상 담합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태"라며 "인천 상당수 자치단체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시의회는 아직 인상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지만 금정구의회는 20%, 동래구의회는 16% 인상을 요구하는 등 의정비를 올려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의회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의 의정비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의회의 의정비는 연 4천200만원으로 기초의회 평균 3천858만원보다 많지만 전국 광역의회 평균 5천672만원 수준은 밑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의원은 "제주도의 경우 의정비가 연 5천700만원 정도인데 똑같이 특별자치를 표방하는 제주와 세종의 의정비 수준이 비슷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큰 폭의 의정비 인상 요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의회도 의정비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공무원 보수 인상률(지난해 2.6%)에 준해 올려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구시의회는 최근 집행부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준해 의정비를 결정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광주시의회, 대전시의회, 충남도의회 역시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의 의정비 인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어차피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야 하는 터라 큰 폭의 인상 요구는 여론만 악화시킬 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의회는 물가 상승과 재정력 지수, 의정활동 등을 고려해 2.6%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고 합천군의회에서도 군 단위 평균 인상률에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광주·전남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8년간 의정비를 동결했거나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2.6% 선을 크게 뛰어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의회와 전남도의회는 다른 시·도의회의 인상 수준을 지켜본 뒤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의회, 전북도의회, 제주도의회, 경기도의회에서는 아직 의정비 인상 추진이 표면화되지 않았다.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어려운 지방 재정 형편을 고려해 내리자는 의견을 내놓은 지방의회는 없다.
지방의원의 의정비 책정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것이 지방분권의 취지에서 볼 때 '대세'이다.
그러나 주민 혈세로 지급하는 지방의원 의정비를 큰 폭으로 올릴 경우 비판의 목소리가 클 수 있다. 의정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지방의회로서는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남기헌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의정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역 주민의 대변자로 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염불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잿밥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주민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김도윤, 김용민, 박주영, 변지철, 심규석, 이종민, 임보연, 장아름, 장영은, 최찬흥, 홍인철, 홍현기, 황봉규 기자)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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