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정유업계가 파라자일렌(PX) 등 주요 화학사업 호황과 정제마진 상승이라는 '쌍호재'를 맞으며 3분기 실적시즌에 방긋 웃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 사업 구조상 양대 축이라 할 만한 정유·화학사업이 올해 초만 해도 동반 부진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호조세를 보이며 정유사 실적을 본격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사업은 화학사업의 핵심인 PX다.
합성섬유의 중간 원료로 쓰이는 PX는 원유의 부산물인 나프타를 아로마틱 설비에 투입해 만든다.
통상 정유사는 '기름을 파는 회사'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전체 영업이익에서 화학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실제로 지난 26일 정유사 중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PX 스프레드 개선 등 시황 변화에 적극 대응,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판매를 극대화한 덕분에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46%를 기여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선제적 투자로 SK인천석유화학(연산 130만t), 울산아로마틱스(연산 100만t) 등 PX 생산설비를 연달아 출범시킨 배경도 'PX사업이 수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새로운 페트병 생산을 본격화, 중국 중심으로 PX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에 중국·베트남·인도 등에서 설비 문제로 PX 생산이 지연돼 공급이 타이트해진 점도 국내 업계엔 호재가 됐다.
이에 마진율 개념에 해당하는 PX스프레드는 올해 연초만 해도 1t당 약 360달러 선에 머물었으나 지난달에는 1t당 약 631달러까지 올라, 2013년 2월(1t당 약 703달러)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전통 사업인 정유사업도 올 3분기엔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일단 정제마진이 안정적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값으로 정유사의 실제 마진을 의미하는 '실적 가늠자'다.
6월 배럴당 5달러 밑으로도 떨어졌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7월을 기점으로 회복하기 시작해 8월 셋째 주에는 7.5달러까지 올랐고, 이후에도 5∼6달러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제재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3분기 중 두바이유가 8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유가가 급등, 국내 정유사의 재고평가 이익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천15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1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고,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9천729억원으로, '연간 1조원'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다음 달 2일 실적을 발표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업계 기대감도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평균 7천780억원에서 현재 8천140억원까지 대폭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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