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는 프라다를 만든다…신간 '브랜드 인문학'

입력 2018-10-26 17:45  

사회주의자는 프라다를 만든다…신간 '브랜드 인문학'
프라다·지방시·샤넬 ·구찌·스타벅스에 숨은 인문학 코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명품 브랜드 대명사 중 하나인 '프라다'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창업 이후 3대째에 이르러서다.
사양길에 접어든 프라다를 이어받은 창업주 손녀 미우치아 프라다는 기업을 회생했을 뿐 아니라 밀라노 가족기업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시킨다.
역설적인 점은 미우치아가 '명품 소비'를 사치로 여기고 혐오한 사회주의자이자 극단적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기존 질서에 저항한 페미니스트였기에 프라다만의 독특한 소재와 전략이 탄생한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여성 몸매를 육감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을 중시했는데, 미우치아는 반대로 여성의 자유로움을 극대화하도록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특히 기존 가죽 대신 실용적이고 튼튼한 군용 소재 '포코노나일론'을 활용해 제작한 백팩과 토트백은 세계 각국 백화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프라다를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는다.
반대로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지방시'는 시대 흐름을 타지 않도록 정체성을 고수하는 데 몰두한다.
중세 고딕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하는 전략이다. 파격적 패션을 추구하고 싶지만, 기존 스타일을 벗어날 용기가 없는 소비자에게 전통의 고딕 패션은 안도감을 줘 도전 정신을 고취한다고 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어 유명해진 '리틀 블랙 드레스'에는 이러한 지방시 브랜드 정신이 담겼다.
신간 '브랜드 인문학(민음사 펴냄)'은 이처럼 유명 브랜드가 내포한 인문학적 코드와 욕망의 의미를 읽어낸다.



'샤넬' 브랜드가 주는 화려한 이미지는 섹시 여배우 대명사인 메릴린 먼로를 통해 더욱 강화됐다. 먼로가 침대에서 뭘 입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샤넬 향수의 대표주자 '넘버 5' 몇 방울이라고 답한 일은 잘 알려졌다.
성공한 디자이너 샤넬은 사업 성장을 도운 연인 보이 카펠이 사고로 죽자 절망에 빠졌지만,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불우한 어린 시절 수녀들이 가꾸던 시나몬, 레몬 등의 향기를 기억해 내고 '넘버 5'와 함께 보란 듯 재기한다.
저자는 샤넬 넘버 5라는 브랜드에 잔향을 통한 잠재력의 발산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이밖에도 '뱀부백'으로 대표되는 '구찌'의 장인정신과 자연주의, 고객을 유혹해 매장 안으로 불러들이는 '스타벅스'의 세이렌 로고, 메두사를 내세운 패션 규범의 파괴자 '베르사체' 등의 이야기가 저자의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접속의 전파자 '아마존'과 진의 대명사 '리바이스', 색채의 향연 '베네통' 등 여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소개된다.
김동훈 지음. 486쪽. 1만8천 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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