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서울 지하철역 라돈 농도 도쿄의 '3.3배'"

입력 2018-10-27 08:00  

[건강이 최고] "서울 지하철역 라돈 농도 도쿄의 '3.3배'"
기준치보다 낮지만 '밀폐건물증후군' 일으킬 수도…자주 외출해 맑은 공기 마셔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침대 매트리스에 이어 생리대에서도 라돈 검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라돈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라돈은 암석과 토양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서 생성되는 무색, 무취, 무미의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군 발암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라돈이 비단 침대 매트리스나 생리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주변 곳곳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위해성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라돈이 검출된다.

26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화미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오염 연구'(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철역 내부의 라돈 농도는 환경 기준치보다는 낮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서울을 포함한 전국 40곳의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 19곳(서울, 경기, 인천, 경상도, 전라도, 대전)에서 라돈 농도를 각각 측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채취한 표본은 총 187개(지하철역 135개, 지하주차장 52개)였다.
이 결과 전체 표본의 평균 라돈 농도는 37.3Bq/㎥(베크렐)이고, 가장 높은 곳은 지하철 플랫폼으로 41.8Bq/㎥이었다. 이는 환경부가 정한 실내공기 중 라돈농도 권고 기준치인 148Bq/㎥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ation Protection)에서는 초기 노출 수준과 관계없이 라돈을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라돈 농도가 낮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라돈 농도는 이웃 일본의 도쿄 지하철(11.1Bq/㎥)보다 3.3배 이상 높은 것은 물론이고 바르셀로나 지하철(21Bq/㎥),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지하철(30Bq/㎥)보다도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고 연구팀은 비교했다.
연구팀은 특히 위험지수(HQ. Hazard Quotient) 측면에서 봤을 때 1세 미만 영아가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에서 라돈에 노출됐을 경우의 HQ가 각각 1.17, 1.08로 추산했다. 이는 지수 허용기준인 1을 초과하는 것으로, 지하 실내 환경에서의 라돈 흡입이 이 연령대 아이의 건강에 암(cancer)은 아닐지라도 위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돈 농도는 계절별로도 차이를 보였는데, 요즘과 같은 가을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여름, 봄 순이었다. 또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은 미세먼지(PM10) 농도도 높은 특징이 관찰됐다.
라돈의 이런 위해성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바른미래당) 의원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지난 6년간 '지하역사 라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시 지하역사 8곳의 라돈 농도가 WHO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팀은 부적절한 난방, 환기, 냉방 시스템 등에 의해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지하철역이 화강암 지반에 위치했는지 등의 지질학적인 요소 등도 라돈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라돈이나 미세먼지의 위해성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시설을 관리하는 사업자가 공기를 적절히 환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도 밀폐된 장소에서 자주 외출해 맑은 공기를 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라돈이 니코틴,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과 함께 '밀폐건물증후군'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밀폐건물증후군은 건물 안에만 들어서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 증상과 함께 눈이 따갑고 코안이 자주 막히는 증상을 보인다. 여기에 목이 따갑거나 아프고, 메스꺼우면서 쉬 피로해 하는 것도 이 증후군의 특징이다. 중앙환기식이어서 창문을 열 수 없는 현대식 건축구조의 건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다만 밀폐건물증후군은 오염물질을 없애면 증세가 사라지며, 아무런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강은교 교수는 "라돈은 대개 실외에는 미량만이 존재하는 반면 실내에서는 건물의 구조나 밀폐 정도에 따라 농축되는 곳이 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전체 폐암 사망자의 12.6%가 라돈이 원인이고, 흡연자가 라돈가스에 노출될 경우에는 폐암 발생에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라돈은 무색, 무취한 특성 때문에 외국의 경우 환경위생사 제도를 두고 건물환경, 작업환경의 위해 물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한다"면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중앙환기식 건물이라고 해도 하루 한 번은 외부 공기가 가장 맑을 때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환기시설을 늘리는 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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