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바리톤 도밍고의 '그리운 금강산'에 객석 기립박수

입력 2018-10-27 15:18  

77세 바리톤 도밍고의 '그리운 금강산'에 객석 기립박수
플라시도 도밍고 7번째 내한 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못 가본지 몇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세계 3대 테너'로 세계를 호령했던 플라시도 도밍고가 검은 연미복에 옥색 쾌자(조끼 형태의 한복)를 두르고 나와 마지막 앙코르로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자 7천석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밍고의 7번째 내한 무대는 '거장'의 품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본래 오후 8시 시작 예정이었던 공연은 인산인해를 이룬 관객들의 지연 입장 때문에 1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티켓 가격이 최고 55만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었지만, '살아있는 전설'의 무대를 감상하려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백발에 흰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오른 도밍고는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동안 열창과 빛나는 무대 매너로 77세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도밍고는 바리톤에서 테너로, 다시 바리톤으로 전향하며 넓은 레퍼토리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왔다.
1957년 바리톤 가수로 데뷔했으나 1961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통해 테너역인 알프레도를 노래한 뒤 50년가량 테너로 활동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다 2009년 바리톤으로 다시 내려와 제2의 음악 인생을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공연 프로그램은 주로 바리톤 음역의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화려한 고음을 감상할 수 있는 곡들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힘 있고 드라마틱한 목소리, 풍부하고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소프라노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즈, 임영인 등이 함께 정규 프로그램 19곡을 소화했다.
그에게 의미가 큰 굵직굵직한 레퍼토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1부 레퍼토리에는 그가 2009년 다시 바리톤으로 전향한 계기가 된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의 '울어라 눈물들이여', 2016-2017시즌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도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의 '부드럽게 말씀해 주세요' 등이 배치됐다.
2부 레퍼토리에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 오페라 '사랑의 속삭임' 중 '이제 행복한 시간들', '아프리카의 듀오' 중 '내 상황의 심각함을 이해해주세요' 등이 선보여졌다.
짧은 곡들로 이뤄진 갈라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는 노련한 연기와 유머로 객석을 쥐락펴락했다.
실내체육관 공연인 탓에 마이크가 사용돼 목소리의 질감과 울림 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환호하자 도밍고가 다시 무대로 나왔고 이때부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스페인 곡 '베사메 무초' 반주가 나오자 객석은 일제히 휴대전화 플래시로 사진을 찍으며 환호했다.
도밍고가 중후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베사메 무초~"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팝스타 콘서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떼창'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다섯 번째 앙코르곡 '그리운 금강산'이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또 한 번 탄성이 흘러나왔다. 소프라노 임영인의 선창 아래 도밍고는 안경까지 끼고 한국어 가사를 또박또박 전하려 애를 썼다.
밤 11시가 다 돼 공연이 끝나자 3층까지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공연을 감상한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2년 전 내한 공연 때보다도 훨씬 컨디션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기적의 목소리와 감정 표현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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