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크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서 10년 만에 우승 도전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올라와서 아무 생각 없이 쳤었죠."
최혜용(28)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2008년을 이렇게 기억했다.
2007년 10월 프로로 전향한 최혜용은 이듬해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신인왕에 올랐다.
당시 그의 라이벌은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유소연(28)이었다.
최혜용은 유소연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고 2008년 신인왕 경쟁을 벌였다.
화려했던 데뷔 시즌이 지나가자 최혜용은 부진에 빠졌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부 투어로 내려갔다. 그 이후에도 시드전을 통해 투어 카드를 유지했다.
10년간 추가 우승 없이 버티던 최혜용에게 드디어 추가 우승 기회가 왔다.
27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6천643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것이다.
선두로 경기를 마친 소감을 말하러 클럽하우스 내 기자실에 들어온 최혜용은 "기자실에 얼마 만에 온 것인지 기억이 안 난다"라며 웃었다.
최혜용은 "오늘 컨디션도 좋았고, 바람이 많이 분 날씨도 잘 이용했다. 핀에 가까이 붙은 샷이 많았는데, 기회를 잘 살렸더니 좋은 결과까지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혜용은 지난 10년간 마음고생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선 2008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올라와서 아무 생각 없이 쳤다. 더 잘하려고 많은 것을 바꾸고 보완하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시드권을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는 "항상 매치플레이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이 선수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골프를 좀 더 많이 알게 됐다"는 최혜용은 "지금까지 잘 버텨서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혜용은 "이번 대회에 오기 전에도 감은 계속 좋았다. 열심히 치고, 결과를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며 "경기를 잘 풀어서 내일 마무리를 잘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혜용은 '2008년의 나'보다 '지금의 나'가 더 성숙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에는 어떤 골프를 쳐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몰랐다. 갈팡질팡 귀도 얇았고 많이 흔들렸다"며 "이후 많은 시간을 저에게 집중하다 보니 지금은 뿌리가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용은 "예전에는 저를 못 믿었다. 경기 전에 100%를 준비하려고 했다. 50%만 준비해도 괜찮은데, 100%를 하려고 하니 자신감을 잃고 저를 채찍질했다"며 "지금은 저에게 관대해졌다.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준비를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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