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영웅 된 것 같아서…" 우승 뒤에 터진 이한샘의 눈물

입력 2018-10-28 08:07  

"저만 영웅 된 것 같아서…" 우승 뒤에 터진 이한샘의 눈물
승부조작 제안 거절·신고로 화제…"K리그 다시 그런 데 빠지면 안 되잖아요"
팀은 '존폐 위기' 속 K리그2 우승 "한 번에 너무 많은 일…마음이 복잡"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2부) 아산 무궁화의 수비수 이한샘(29)은 최근 약 한 달 사이 축구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인생의 큰 사건을 연이어 겪었다.
지난달 21일 날아든 은밀한 제안이 시작이었다.
은퇴 선수인 장학영은 그에게 특정 경기에서 20분 안에 퇴장을 당하면 5천만원을 주겠다며 마수를 뻗쳤다.
이한샘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곧장 구단과 경찰에 알려 장학영이 검거되는 데 기여했다.
장학영과 더불어 신고자인 이한샘의 이름도 알려지면서 그는 데뷔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소신 있는 결정으로 여기저기서 칭찬을 받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포상금 7천만원도 받았다.
포상금 일부는 유소년 축구 발전기금으로 기부해 '선행의 아이콘'이 됐다.
그즈음 소속팀 아산 무궁화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팀을 운영하는 경찰청이 군 복무 선수를 뽑지 않기로 하면서 다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전역 선수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엔 리그 출전을 위한 최소 인원(20명)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26일 서울 이랜드와의 원정 경기 4-0 대승으로 K리그2 우승을 확정해 K리그1 직행 티켓을 따내고도 아산은 환히 웃지 못했다.
경기 직후 만난 이한샘은 이 모든 것이 뒤섞인 진한 눈물을 흘렸다.
"우승하는 게 큰 목표였기 때문에 무척 기쁘다"며 상기된 표정이던 그의 눈가가 갑자기 촉촉해졌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라고 훌쩍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이한샘은 "우승으로 끝나서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침착함을 찾으려 애썼다.
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우승도 했고, 마음이 복잡하다. 말로 표현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모두 고생했는데, 저만 좋은 사람, 영웅이 된 것 같아서 사실 미안했다. 좋은 일도 아니고 티를 내기도 어려워서 혼자 많이 참았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됨으로써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속앓이를 더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한샘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당연히 제 가족이 소중하니까 걱정이 되지만, 제 직업은 축구선수다. 축구와 K리그가 그런 데에 다시 빠지면 안 되지 않느냐"고 힘줘 말했다.



이어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 일에 대해선 더 할 말이 없다"면서 "팀이 우승해 결과가 좋으니 행복하고 좋다"고 덧붙였다.
"(조작 제안 거절과 신고는) 잘 결정한 일"이라고 재차 강조한 그는 포상금 일부를 기부한 데 대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담담했다.
2012년 광주에서 데뷔한 이한샘은 이후 경남, 강원, 수원FC, 아산을 거치면서 강등, 승격을 여러 번 겪었다.
이번엔 승격을 기뻐하기도 전에 팀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처지다.
이한샘은 "제 팔자인 것 같다. 제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런 것들이 축구 인생에서 큰 경험이 돼 은퇴 뒤에도 밑거름이 될 것 같다"며 "1부에 가서 뛰면 당연히 좋겠지만 이 자체가 공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한샘은 "우승했으니 이제 말씀드릴 수 있는 건데, 힘든 상황에서도 우승해 올라왔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부탁드린다"라며 팀의 미래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song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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