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증가하고 있어 기업의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의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하고 우리 기업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직접적인 경영 간섭을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기 펀드를 가리킨다. 이들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다른 투자자의 동조를 끌어내는 전략을 쓴다.
분석 결과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 펼치는 글로벌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올해 상반기 524개로 90%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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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표적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41%가량 늘었다. 여기엔 애플, P&G 같은 글로벌 기업도 포함돼 있다.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아지는 점도 특징이다. 시가총액 20억달러 이상의 기업 비중은 2016년 33%에서 2017년에는 36%로 높아졌다.
헤지펀드들은 미국, 유럽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활동 대상 지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아시아 권역에서 헤지펀드의 활동이 현저히 증가했는데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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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은 "아직까지는 일본과 중국 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엘리엇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의 구조개편 개입 등 최근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아닌, 단기 시세 차익 구현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헤지펀드가 개입한 글로벌 기업 중 개입 후 성장한 사례보다 경영 안정성을 침해당한 사례를 찾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개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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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방 │ 펀드 │개입 내용 │매수│매도│ 주식 │
│ 식 ││ │││ 차익 │
│││ │││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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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 │써드 포 │?Yahoo 주식 5.15% 취득│'11 │'13 │ 124% │
│ 퇴출 │ 인트 │- CEO 스콧 톰슨 사임 압력, 前구글 │││ │
│││CEO 마리사 메이어 영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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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회 │ 엘리엇 │?Alcoa 주식 6.4% 취득 │'15 │'17 │ 104% │
│ 장악 ││- 이사회 3석 차지 │││ │
│││- 분사 압박, CEO 클라인펠트 사임 │││ │
│││유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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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블루 하 │?Jack in the Box 주식 5.2% 취득 │'10 │'13 │ 75% │
│구조개편│버 그룹 │- 직영점을 프랜차이즈로 더 많이 전│││ │
│││환할 것 요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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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포 │?Sony 주식 7% 취득│'13 │'14 │ 20% │
││ 인트 │- 엔터테인먼트 사업 스핀오프 요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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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 │ 엘리엇 │?Mentor Graphis Group 주식 9% 확보│'16 │'16 │ 68% │
│ 관련 ││- 45억 달러에 지멘스로 M&A 강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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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비즈니스 인사이더,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한경연은 이처럼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세력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이 이들 헤지펀드의 총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2005년 소버린 자산운용이 SK를 상대로 경영개입을 시도한 뒤 9천40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 모집 등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던 사례를 들며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쓰일 수 있는 자산이 경영권 방어에 낭비됐다"고 밝혔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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