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근 변호사 SNS에 "법리보다 정치 고려"…수사 비협조 시사
검찰 수사 탄력…양승태·박병대 등 윗선 이르면 내달초 소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검찰에 구속된 후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이 구속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수사 비협조를 시사한 가운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실무자로 여겨지는 그가 진술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임 전 차장을 불러 조사했다.
오후 1시 30분께 호송차를 타고 도착한 그는 수의 복장에 마스크를 한 모습으로 차량에서 내려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새벽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이후 첫 구속수감자가 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불러 그가 받는 범죄혐의와 관련해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나아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관여·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르면 내달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황정근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에 글을 올려 "법리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부당한 구속"이라며 임 전 차장이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황 변호사는 "윗선을 수사하기 위한 '수단구속'"이라며 "단언컨대 이번 사건은 '직권남용죄의 남용'이고, 정권교체에 따른 사법부발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다"라고 법원의 판단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임 전 처장의 구속을 조선시대 당쟁에 따른 사화(士禍)에 빗대 무술년(2018년)에 일어난 '무술사화'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법원에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 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하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임 전 차장은 구속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2012년∼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한 임 전 차장이 청와대·국회의원과의 '재판거래', 법관사찰,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등 사법농단과 관련한 대부분 의혹에 실무 책임자로 깊숙이 연루됐다고 본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 등에 개입한 정황 등이 핵심 혐의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직권남용을 비롯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죄명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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