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퇴진을 불러온 '촛불집회' 2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2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2년 전인 2016년 10월 29일은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국정농단 진상규명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차 촛불집회가 열린 날이다. 이른바 '태블릿PC 사건' 보도로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자 주최 측이 좀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려고 매주 토요일을 촛불집회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평화적 시위로 부당한 권력을 몰아낸 무혈(無血) 혁명이었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으로 평가되는 촛불집회는 우리 역사에서 또 하나의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광화문광장에만 한때 100만여명이 모이는 등 이듬해 3월까지 연인원 1천500만여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으나 폭력은 전혀 없었다. 시민들은 평화적 집회가 끝나면 주변을 깔끔히 청소하는 모습까지 보여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말고도 우리 사회 곳곳에 병폐처럼 박혀있는 적폐를 청산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같은 비폭력 시위는 마침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몰고 왔다.
2년 전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은 이념과 진영, 정파를 떠나 모두 촛불을 들고 하나가 됐다.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들이 사라지고 더욱 민주화된 사회가 되기를 염원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시민들의 이런 요구에 부응하고자 군과 검·경찰, 법원 등 힘센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적폐 청산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촛불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믿는 시민이 주변에 많지는 않아 보인다. 그 이유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촛불정신을 진영별로 정파별로 저마다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여권이 주도하는 적폐 청산은 사회·경제·노동 적폐보다 정치적 사건에 치중해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집권 당시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을 벌써 망각한 듯한 언행을 보일 때가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낸 촛불혁명이 자신들의 작품이라고 노골적으로 공치사하는 세력들을 보면 아예 눈살이 찌푸려진다.
자기 몸을 불사르는 촛불은 희생을 전제로 한 꿈과 기원을 의미한다. 이런 촛불이 모인 촛불집회는 모두 하나 되는 결집을 상징한다. 2년 전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은 하나가 돼 민주주의 진전을 염원했다.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아 우리가 촛불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진영과 정파를 떠나 합리적인 민주사회 만들기에 겸허히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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