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출국 앞두고 설렘·긴장 속 공연 준비 마무리
(성남=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약 7개월 만에 다시 북한 평양을 방문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 태권도시범단이 한반도의 국기(國技) 태권도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채비를 마쳤다.
WT 시범단은 국제태권도연맹(ITF) 초청을 받아 3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한다.
31일에는 WT 시범단이 60분 동안 단독공연을 하고, 내달 2일에는 WT와 ITF 시범단이 합동으로 공연을 펼친다.
합동공연 때는 WT와 ITF가 각각 25분씩 공연하고 나서 마지막 10분을 함께 무대를 꾸미는 식으로 진행한다.
WT는 한국, ITF는 북한을 중심으로 성장한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WT 시범단은 예술단과 함께 방북했던 4월초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이나 평양을 찾는다.
이번 방북단 49명 중 시범단은 나일한 단장과 최동성 감독을 포함한 22명으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 순수 시범단원은 18명이다.
시범단은 일요일이었던 28일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에서 출국 전 마지막 훈련을 했다. 평양 공연의 최종 리허설이었다.
지난 8월 말 ITF의 초청장이 날아온 터라 W 시범단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 달 뿐이었다. 단원 대부분이 학생이어서 다 같이 모여 호흡을 맞추려면 주말과 휴일에 훈련해야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평양시민 앞에 서는 터라 공연 내용도 더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도 서미숙 시범단 연출 감독은 "의미 있는 일이라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말한다.
서 감독은 "지난번에는 처음이라 조심스러워 태권도의 강약 위주로 공연을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스토리텔링을 많이 가미했다"고 덧붙였다.
서 감독은 또 "18명으로는 보통 25분 정도의 공연이 적당하지만 60분을 끌고 가야 하다 보니 단원들도 힘이 들고 소품 등 챙겨야 할 것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내 곧 "힘들어도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라고 단원들을 독려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이번에 WT가 할 단독공연의 주제는 '두물머리'다. 서 감독은 "남과 북, 그리고 뿌리는 하나이나 WT와 ITF 두 개로 나뉜 태권도를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 줄기로 흐르는 접점 '두물머리'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ITF와 합동공연 때 WT가 준비할 25분짜리 공연의 주제는 '다시 목련이'다. 뿌리가 하나인 태권도를 삶의 희비와 혹한을 견딘 생명력에 대비시킨 희망 퍼포먼스라고 한다.
이번 시범단원 18명 가운데 11명은 평양방문이 두 번째다.
행정업무 등 시범단의 궂은일까지 도맡아 한 송미라(27) 코치도 그중 하나다. 송 코치는 "한번 갔었으니 조금 더 욕심이 생긴다"면서 "4월에는 처음이라 준비한 만큼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더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학 졸업반인 박승진(22) 단원은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2017년 무주 세계선수권대회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평양 공연에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로 ITF 시범단과 한 무대에 오른다.
"떨리고 설레고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다들 따뜻하게 맞아줘 즐거웠다"고 지난번 평양 공연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이번 시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몸 관리 잘해서 실수 없이 마무리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웅기(21) 단원은 평양방문이 처음이다. 여권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를 모르고 있다가 하마터면 기회를 날릴 뻔했던 터라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친구들은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오라'며 부러워한다지만, 그는 "후회 없이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고 싶다"며 오로지 공연만 생각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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