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극우정당 약진 이어 브라질서 극우 대통령 후보 당선
反난민·이민정서 '자극'…국제정치에 '스트롱맨 전성시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지구촌에 예사롭지 않은 '극우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관용의 정치'와 다양성을 중시해온 유럽 정치권에서 반(反)이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정당들의 세(勢)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데 이어 남미 최대국가인 브라질의 새 대통령에 극우후보인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가 당선된 것이다.
이 같은 '극우의 약진'은 단순히 정치이념의 차원을 넘어 증오와 배타주의를 앞세운 '포퓰리즘' 정치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심상찮은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그리고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당선인처럼 포퓰리즘 정치를 즐기는 '스트롱맨'(철권통치자)이나 반난민 정서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극우정당들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면서 '분열의 정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당장 유럽에서는 끝없는 난민 행렬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극우정당들이 두드러진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의 중부 헤센주 지방선거에서는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1%의 득표율을 기록, 헤센주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의회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AfD는 이로써 독일의 16개 연방 주 의회에 모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득표율은 이전 선거보다 10%포인트 가량 폭락하며 크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9일 실시된 북유럽의 중심국 스웨덴 총선에서는 반난민을 내세운 극우 성향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사회민주당과 보수당에 이어 확고한 제3당의 위치를 확보했다.
'네오(新)나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스웨덴민주당은 캐스팅보트를 거머쥐고 정부 구성 협상에서부터 사실상 스웨덴 정국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6월 극우정당 '동맹'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해 정권을 잡은 데 이어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내무장관직을 맡아 강력한 반(反) 난민 정책을 펴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4월 헝가리 총선에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반난민·반EU를 무기로 내세워 4선에 성공했고, 지난 6월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반 난민 캠페인을 벌여온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 민주당이 제1당에 올랐다.
앞서 작년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반(反)난민을 내세우는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 제2당으로 올라섰고, 5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국민전선(현재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결선투표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작년 10월 실시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자유당이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우파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해 주류 정치무대에 진입했다.
남미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보우소나루가 최종 승리를 거둔데에는 반 난민 정서와 차별주의를 활용한 포퓰리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우소나루는 군부 독재를 미화하고 성·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그는 난민을 '쓰레기'에 비유하며 노골적 반난민 정서를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치인들이 득세하는 배경에는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난 속에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정서가 깔렸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이는 미 정계에서 '아웃사이더'나 다름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막말 논란과 자질 시비를 뒤로 하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과도 일치한다.보우소나루 후보 역시 30년 정치인생 동안 '주류' 정치인으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기존 정계의 부패, 경제난 등을 공략하는 전략이 먹혀 들면서 한순간에 대세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전 정권이 갖춰놓은 기성 정계의 '교과서 정치'에 항거하는 반란적 캠페인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보루소나루의 당선은 극우정치의 확산이라는 측면을 넘어 강한 리더십과 신권위주의를 앞세운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스트롱맨들로, 자국 우선주의와 반 무역정서, 세계화에 대한 반감, 반 난민·이민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전후 질서에 도전하고 인류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다자주의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협력을 중시하는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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