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이 수사한 불법 '사무장 병원' 사건과 관련해 동일한 판사가 요양급여 편취액이 1천억원이 넘는 병원 운영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편취액이 270억원인 운영자는 구속시켜 뒷말이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29일 불법 의료생협을 설립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 1천352억원을 빼돌린 의료생협·법인 대표 4명을 적발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요양급여 편취액이 많았던 의료생협·법인 대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달 18일과 21일 순차적으로 부산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이중 구속자는 부친이 대표로 있던 의료법인을 형식적으로 승계한 뒤 사무장 병원을 9년간 운영해 요양급여 270억원 상당을 빼돌린 B(41)씨가 유일했다.
당시 부산지법 C 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며 B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일 뒤 C 판사는 11년간 요양급여 편취액이 전국 최대 규모 수준인 1천1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A(68)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사무장 병원이)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초범·주거·가족관계·의료기관 규모 등에 비춰보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애초 A씨가 편취액이 가장 많은 것은 물론 개인 횡령금액이 10억원에 이르는 점, 병원 3개를 동시에 개설·운영한 점, 병원 설립이 용이하도록 인가받은 의료생협을 의료법인으로 바꾼 점 등에서 다른 운영자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더군다나 A씨는 거의 출근하지 않는 자녀 2명에게 매달 500만∼600만원씩 5년여간 모두 7억원 넘는 급여를 지급했고 법인 명의로 산 9천만원짜리 아우디 차량도 이전했다.
또 본인 부담 상한액 제도를 악용해 과다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등 경찰 입장에서는 구속된 B씨보다 중대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더 많았다.
C 판사는 A씨 영장실질심사에서 A씨 혐의에 대해 '불법 사무장 병원 범죄의 집약체'라고 말했던 터라 경찰은 A씨 영장 기각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 수사가 한창이었던 2016년에 비해 피의자 구속 사례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맞지만 다른 피의자에 비해 범행 규모가 크고 죄질이 나쁜 A씨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씨 영장 기각이 경찰청장 출신의 유력 변호사가 선임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으냐는 말도 나온다.
경찰은 최근 A씨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해 30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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