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파키스탄 새 정부 시험대에 올라

입력 2018-10-29 15:03  

미·중 갈등에 파키스탄 새 정부 시험대에 올라
일대일로 살리고 IMF 구제금융도 받아야 하는 '진퇴양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임란 칸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새 정부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파키스탄 문제 전문가인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압둘 바싯 연구원은 2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파키스탄 새 정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신청한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선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바싯 연구원에 따르면 외화부족 사태에 직면한 파키스탄은 당장 120억 달러의 외환이 필요하다.
파키스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60억 달러의 자금을 '긴급수혈' 받았다. 하지만 신용등급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향상하기 위해선 IMF의 구제금융이 절실하다.
칸 총리는 지난 24일 TV로 방송된 연설을 통해 "사우디로부터 훌륭한 자금지원을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칸 정부는 이미 구제금융 신청을 염두에 두고 IMF와 논의에 착수했으며, IMF 협상팀이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 11월 초 파키스탄을 방문할 것이라고 외신이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파키스탄에 대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이 돈이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 측에 진 빚을 갚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의 대출기관이나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미국 납세자들이 낸 돈을 사용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IMF 측에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IMF 측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진 파키스탄 대표단과의 논의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중국과 맺은 대출 및 인프라 프로젝트 조건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바싯 연구원은 주장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중국 측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중국 측은 IMF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계약 조건 공개 요구에 대해 일대일로를 정치문제화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칸 총리는 11월 초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칸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차관 도입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 측은 파키스탄과 맺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재조정하고 재설계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싯 연구원은 "파키스탄은 한편으로는 중국과 같은 투자자를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또 한편으로 자국 영토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싯 연구원은 "파키스탄 새 정부는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를 재측정해서 경제적, 전략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파키스탄에서 총 620억 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라는 이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파키스탄의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난과 외환위기 상태에 봉착해 있다.
앞서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스 홈스는 지난 8월 "파키스탄은 지급위기 상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이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중국으로부터 자본재 수입의 급격한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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