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싼 약값'에 신약 건보 등재 기피"

입력 2018-10-29 17:28   수정 2018-10-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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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싼 약값'에 신약 건보 등재 기피"
최도자 의원 "국민 생명 담보 안돼"…박능후 "국내 약값 낮지 않다"
다국적제약사 협회 회장 "혁신 신약 빠르게 전달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국내 약값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다국적제약사가 아예 신약을 들여오지 않거나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318개 품목 중에서 국내 유통되지 않은 의약품은 76개(23.9%), 국내 미허가 의약품은 14개(4.3%)로 조사됐다. 희귀의약품 10개 중 3개는 국내 환자들이 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최 의원은 "(희귀의약품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도 건강보험에 등재하지 않은 다국적제약사의 항암제도 많다"면서 "건강보험에 등재 하면 약값을 마음대로 못 받으니 비급여로 팔아 환자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국적제약사의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서 국내 약값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45%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이러한 상황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약값을 결정하는 국내 건강보험의 특성상 다른 국가에 비해 낮게 책정될 수 있으므로 아예 들여오지 않거나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아비 벤쇼산 KRPIA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과거에는 환자가 신약에 빠르게 접근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러한 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있으므로 국회와 정부의 협조하에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RPIA가 국내 약값에 대한 뚜렷한 의견을 내놓지 않은 것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낮지 않다"고 일갈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공식 가격과 환자에 실제 판매되는 가격에 차이가 존재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단일 가격제를 택하고 있다"면서 "외국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약값이) 낮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리피오돌' 사태 등을 들며 다국적제약사의 약값 협상과 관련된 비판이 이어지자 아비 벤쇼산 회장은 "우리의 사명은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약을 빠르게 전하는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앞서 다국적제약사가 간암 치료용 조영제 리피오돌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가 복지부와의 협상 끝에 3.6배의 가격 인상을 얻어낸 바 있다.
최 의원은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이윤은 보장해 줘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잡아선 안 된다"며 "다국적제약사들이 이윤만 추구해 법과 윤리를 저버린다면 국회와 정부,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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