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추가수사 원하지만…이지사는 '거부의사'
(성남=연합뉴스) 최해민 최종호 기자 = '친형 강제입원에 따른 직권남용과 허위사실 유포, 대장동 개발·검사사칭·일베 가입·조폭 연루설 등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까지…'
경찰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의혹만 6가지에 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6·1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갔다고 하면 밤샘조사가 일쑤인 상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10시간 남짓 만에 끝이 난 경찰 조사가 과연 한 번으로 충분할지 아니면 추후 재조사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이 지사가 점심을 먹기 전인 오후 3시 30분까지 5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조사는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직권남용과 허위사실 유포 등 2가지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남은 4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이 지사는 점심 식사 이후 조사에서 일부 쟁점 사항에 대해 '진술서로 대체하겠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술이 아니라 서면으로 갈음했다는 얘기다.
점심 후 오후 4시 30분 재개된 조사에 임한 이 지사가 오후 5시 30분부터 조서 열람에 들어갔다가 오후 8시 25분 귀가한 것을 고려하면, 점심 후 실질적인 조사는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입장에선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볼멘소리를 할 만한 처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지사가 다시 경찰 포토라인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먼저 이 지사는 경찰조사 시간이 비교적 빨리 끝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므로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사시간은 충분했다는 항변이다.
또 이 지사가 경찰 수사에 대해 줄곧 "망신 주기 수사다. 경찰이 오버한다"며 불만을 드러낸 점에 비추어 추후 다시 출석을 요청을 받더라도 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렇다고 경찰이 피고발인 신분인 현직 광역단체장을 강제 구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물증이 충분한 상황도 아닌 고발사건에서, 현직 도지사를 강제 구인해 조사하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도 부담될 것"이라며 "이 지사가 재소환에 응해주면 다행이지만 이를 거부하면 경찰이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무래도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된 내용에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분당서 수사팀은 이 지사 사건과 관련된 압수수색 자료 분석 결과와 진술조서 등을 취합해 재소환 없이 사건을 종료하고 검찰에 송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면 경찰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이 지사 측에서 오히려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으로 적극적으로 수사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없지는 않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수사를 받으면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반면 제기된 의혹을 털 수 있어 검증의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재조사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오로지 이 지사에게 달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형님 강제입원 형수가 한 건 세상이 다 아는 일"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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