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여러분 이게 믿어지세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1991년, '게임의 법칙'이 1994년 영화에요. 그런데 필름이 없어서 외국에서 특별전할 때 영화를 못 보내요. 그런데 29년 전 영화가 디지털로 복원됐어요."
1990년대 한국 사실주의 멜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1990년 개봉)이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려 4K 화질로 재개봉한다.
29일 밤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재개봉 시사회에서 주인공 '일도' 역을 맡은 배우 박중훈은 "제 인생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준 작품"이라며 "자화자찬 같지만, 옛날 영화 같지 않고 요즘 찍은 시대물 같다. 기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고 덧붙였다.
'우묵배미의 사랑'은 박영한 작가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치마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일도'와 미싱사 '공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가난에 찌든 삶을 살아가던 일도와 공례는 유부남·유부녀지만 서로 끌리고 결국 비닐하우스에서 밀회를 나누게 된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에게 관계가 들통나자 두 사람은 우묵배미를 떠나 서울에서 동거를 시작하고, 일도의 아내 '새댁'은 아이를 업은 채 일도를 찾아 나선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중훈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장선우 감독과 공례 역을 맡은 배우 최명길, 새댁 역을 맡은 배우 유혜리가 참석했다.
장선우 감독은 "이렇게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당시 함께 한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이제 잊힐 법한 영화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준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명길은 "영화로 이렇게 많은 분을 만난 것은 정말 20여 년 만인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언젠가 영화로 다시 많은 분을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우묵배미의 사랑'이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혜리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 당시 함께한 분들을 다시 만나 감회가 새롭다"며 "이 영화로 제가 연기 변신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촬영 당시의 다양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이 영화는 1989년에서 1990년 겨울에 걸쳐 찍었는데 당시 80년 만에 찾아온 혹한을 견디며 촬영했다고 한다.
박중훈은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면 청평·양평·가평이 가장 추웠다고 하는데 딱 거기가 우리 촬영지였다"며 "최 선배는 밤샘 촬영을 하다 너무 추워서 울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극 중 재단사와 미싱사로 나온 박중훈과 최명길은 직접 청계천 미싱 공장을 찾아가 재봉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최명길은 영화 초반 공례 남편 역을 맡은 고(故) 이대근에게 얻어맞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최명길은 "진흙탕에서 제가 얻어맞는 장면인데 저도 열심히 하고 이 선배도 정말 열연해서 결국 그날 촬영을 접어야 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유혜리는 도망간 남편 일도를 붙잡아 마구 때리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유혜리는 "동시녹음이 처음 도입된 때라서 후시녹음을 할 수 없었다"며 "감독님이 진짜처럼 해달라고 요구해서 힘을 뺄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4K 화질로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영화는 31일 재개봉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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