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 불출마' 메르켈의 승부수…위기의 대연정 어디로

입력 2018-10-30 05:00   수정 2018-10-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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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 불출마' 메르켈의 승부수…위기의 대연정 어디로
대연정 난맥상에 정치적 책임…대연정 3당 내부 인적쇄신 요구 커질 듯
메르켈, 권력 일부 내려놓고 정치 주도권 행사 분석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기독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독일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을 13년째 이끌어오고 그를 대체할 리더십이 아직 숙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 구도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진 만큼, 대연정 3당에도 인적 쇄신 요구 등 정치적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특히 위기에 빠진 대연정의 지속 여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더구나 메르켈 총리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유럽연합(EU)의 리더 역할을 해온 점에서도 유럽의 정치 및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 헤센 주 선거서 기민·사민 추락 후 결정 = 메르켈 총리의 이런 결정은 전날 헤센 주 선거에서 기민당의 득표율이 폭락한 뒤에 나왔다.
헤센 주 선거에서 기민당은 이전 선거보다 11.3% 포인트 떨어진 27.0%의 득표율에 그쳤다. 대연정의 소수파트너인 사회민주당도 19.8%의 득표율로 10.9%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녹색당은 사민당과 같은 19.8%의 득표율로 이전 선거보다 8.7%나 뛰어올랐다.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3.1%의 득표율로 헤센 주 의회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유민주당과 좌파당의 득표율은 각각 7.5%, 6.3%였다.
2주 전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이 사실상 참패한 데 이어 대연정 구성 정당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결정은 이런 선거 결과와 대연정의 정치적 실책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의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한달 전인 11월께 이런 결정을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헤센 주 선거 결과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발표를 앞당겼다.



◇ 대연정 난맥상, 메르켈 결단 초래 = 현지 언론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결단이 시기의 문제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결과를 차치하더라도 지난 3월 출범한 메르켈 4기 대연정 내각이 갈지자 행보를 해오며 민심이반을 일으킨 터였다.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진통 끝에 지난 3월 출범한 대연정은 난민 정책 등에 대한 이견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기사당이 '텃밭'인 바이에른 주 선거에서 보수층 유권자를 잡기 위해 난민 강경책 등을 밀어붙인 탓이 컸다. 사민당은 이에 반발해 파열음을 냈다. 메르켈 총리는 돌출 행보를 한 기사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을 제어하지 못했다.
극우세력 두둔 논란을 일으킨 정보기구 수장의 인사 문제도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데 한몫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스-게오르그 마센 헌법수호청장을 해임하기로 했으나, 제호퍼 장관이 마센 청장을 감싸 돌며 내무차관에 임명하려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취소했다.
◇ 메르켈의 선제적 승부수 통할까 = 이번 결정은 메르켈 총리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현지 언론에서 나온다.
현실적으로 다섯 번째 총리직 도전이 어렵고 기민당의 인적 쇄신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차기 총리직과 당 대표직을 모두 내려놓은 것이다.
기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당 장악력에 문제가 생긴다. 애초 메르켈 총리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직과 당 대표직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 당 대표가 되면 당과의 호흡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메르켈 총리의 당 대표 불출마 입장이 나오자마자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사무총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메르켈 총리가 기민당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위험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상황 속으로 들어갈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독일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메르켈 총리가 권력에 매달리지 않는 인상을 주게 됐다는 분석을 내렸다.
메르켈 총리가 권력을 내려놓는 인상이지만, 여전히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장을 시작할 시간"이라며 대연정이 좋은 정치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기민당 내부에서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미리 대비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제 공은 사민당과 기사당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헤센 주 선거 직후 메르켈 총리에게 사민당과 함께하기 위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제 날레스 대표가 사민당 내부의 쇄신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바이에른 주 선거 결과로 기사당 내 비판의 표적이 된 제호퍼 장관에 대한 압박도 강해질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의 승부수가 통할 경우 대연정 3당은 자체적인 쇄신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대연정을 유지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권력 약화로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면 대연정은 더욱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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