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법정 증언서 "에콰도르가 나를 쫓아내려 해"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 중인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2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본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카리나 마르티네스 판사는 이날 어산지가 제기한 기본권 침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어산지는 동영상 증언을 통해 "한층 엄격해진 새 규정은 자신을 대사관에서 쫓아내기 위한 신호"라며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이미 나의 망명을 끝내려고 결정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니고 살바도르 정부 측 수석 변호사는 "새 규정은 좁은 공간에서의 평화적인 동거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어산지의 주장을 일축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가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 규정을 잘 준수하는 한 그의 체류를 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앞서 에콰도르 대사관은 지난 3월 어산지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과 관련한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논란을 일으키자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했다.
에콰도르 대사관은 최근 어산지에 대한 외부소통 차단 조치를 일부 해제하면서 외부인사 면담 전 외교관 사전 승인, 다른 나라의 내정간섭 금지 등 의무사항을 부과했다.
의무사항에는 의료·인터넷·세탁·반려 고양이 돌봄 비용 납부 등도 포함됐다.
이에 어산지는 에콰도르 정부가 새로 부과한 의무 규정이 의견이나 신념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 등 인권에 위배된다며 기본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이 수행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과 관련된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해 1급 수배대상에 올랐다.
그는 스웨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스웨덴 송환 판결을 받자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자 신분으로 은신해 왔다.
어산지는 영국 경찰에 체포될 경우 미국으로 추방돼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군 관련 극비 문건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12월 어산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불체포 특권을 활용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외교관 신분을 부여하려고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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