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만해∼타이만 연결 120㎞ 운하 건설 다시 수면위로

입력 2018-10-30 10:11  

안다만해∼타이만 연결 120㎞ 운하 건설 다시 수면위로
태국 총리 검토 지시…"68조원 사업에 中·獨·日 투자 의향"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믈라카 해협을 통과해 말레이반도를 돌아가는 뱃길을 단축하기 위한 운하 건설 방안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고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가 30일 보도했다.
태국 군부 정권의 일인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국책 경제연구소인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B)와 국가안보위원회(NSC)에 안다만 해와 타이만을 연결하는 이른바 '타이 운하' 건설의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다.
쁘라윳 총리가 검토를 지시한 타이 운하는 그동안 제안됐던 여러 경로 가운데 하나로, 안다만 해의 끄라비를 출발해 뜨랑을 거쳐 타이만의 나콘 시 탐마랏과 쏭클라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소위 '9A'로 불리는 120㎞ 길이의 이 구간은 운하 건설 지지자들과 사업가 등이 참여하는 태국운하협회(TCA)가 공식 제안한 운하 건설 경로다.
TCA는 최근 운하 건설의 영향을 받게 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 그 결과를 총리실과 군 당국, 교통부, NESDB 등에 제출했다.
TCA측 사업 추진 담당자인 나롱 쿰텅은 "이번 조사는 타당성 검토를 수행할 위원회 설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TCA 부회장인 타왓차이 사뭇사꼰은 "운하 건설이 동부 해안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첨단 산업단지로 육성하는 이른바 '동부경제 회랑'(EEC) 프로젝트에 힘을 실을 것"이라며 "운하가 건설되면 태국이 아세안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총선 후) 군부 지도부가 물러나기 전에 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 총선이 치러지면 야당 측 반대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말레이반도에서 가장 폭이 좁은 끄라 지협(地峽)에 물길을 내면 인도양과 태평양을 오가는 선박들이 믈라카 해협을 통과해 둘러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계획은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제안됐지만, 경제성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17세기 아유타야 왕조 시절에는 국왕 지시로 타당성 검토가 진행됐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실행되지 못했다.
또 19세기 초 영국 동인도회사도 운하 건설에 관심을 보였지만 싱가포르 항구의 지리적 중요성을 지킨다는 명분에 비중을 둬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았다.
2006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정부도 타당성 검토 위원회 설치를 승인했지만, 그해 일어난 군부 쿠데타로 위원회 설치가 무산됐다.
운하 사업 검토를 지시한 쁘라윳 총리도 2016년 운하 건설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안보 문제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쁘라윳 총리는 국토를 파헤쳐 물길을 만드는 행위가 남부지역에서 극성을 부리는 분리주의 세력에 독립 주장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내년 민정이양을 앞둔 태국 군부정권 내 분위기는 다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타왓차이 TCA 부회장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솜낏 짜뚜쓰리삐딱 경제 부총리도 운하 건설을 지지하면서 지금이 사업 시작의 적기라는 의견을 밝혔다"며 "운하가 건설되면 주민들이 돈을 벌 수 있으므로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어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5∼6년 안에 끝날 것"이라며 "다수의 중국 측 투자자가 운하 사업 시행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 이외에 독일, 일본 등도 공사비 2조바트(약 68조6천억원)의 운하 사업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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