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갤러리스트들 뭉쳐 영천시장 건물서 이색 아트페어
한 곳당 작가 1명씩 집중 소개…"대안적 미술시장 차원"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 초입에서 안쪽 골목으로 몇 발짝 떼자마자, '해담하우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철거 위기에 놓인 듯한 숙박업소가 불을 밝힌 것은 아트페어 '솔로쇼'를 위해서다.
미술은 가을이 제철이다. 쏟아지는 전시만큼이나, 요즘 부쩍 늘어난 것이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인 아트페어다. 한 점에 수십억 원 하는 작품도 나오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부터 작가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작가미술장터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이렇게 아트페어가 범람하는 가운데 25일부터 나흘간 펼쳐진 '솔로 쇼'는 여러 면에서 미술계 화제가 됐다.
'솔로 쇼'는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이트큐브나 안락한 호텔방이 아닌, 전면 리모델링을 앞두고 내부 철거가 진행된 시장통 원룸 건물을 전시장으로 택했다.
아트페어 참가 화랑에 부담인 부스비를 조금이라는 덜기 위한 시도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거친 바닥 질감을 생생하게 느끼며 작품을 감상했다. 뜯긴 콘크리트 벽이나 임시 매대, 그도 아니면 바닥에 '무심하게' 놓인 작품들 또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통상 아트페어 부스마다 다양한 작가를 아우르는 것과 달리, 작가 1명만을 소개한 것도 '솔로쇼' 차별점이다. 판매보다는, 작가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다 보니 정수영(학고재), 박주애(갤러리2), 송수민(아트사이드갤러리) 등 인지도는 낮으나 각 갤러리가 유망하다고 판단한 젊은 작가가 대거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함께한 이들이 젊은 갤러리스트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갤러리2 정재호 대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김인선 디렉터, 갤러리조선 여준수 실장이 올해 '협동작전'(COOP·Check Out Our Project)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결성한 것이 시작이었다.
첫 결과물인 '솔로쇼'에는 이들 세 곳과 가나아트갤러리, 갤러리 플래닛, 갤러리ERD, 아마도예술공간, 아트사이드갤러리, 원룸, 의외의조합, 조현화랑, 학고재, 합정지구, Whistle, MK2갤러리, P21 등 상업화랑과 비영리 예술공간이 두루 참여했다.
갤러리조선 여 실장, 학고재 우정우 실장, P21 최수연 디렉터 등 갤러리 2세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COOP은 "'솔로 쇼'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최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안적 미술시장"이라면서 "중소 갤러리들이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유연한 형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개념의 미술시장 행사를 연구하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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