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관계부처·민간전문가 함께 제반요소 고려"
'피해자 상처 치유·한일관계 미래지향' 두마리 토끼잡기가 난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성혜미 기자 =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관련, 정부 당국자와 민간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일본기업(신일철주금)이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강력 반발한데서 보듯 판결의 외교적 파장이 큰 데다 기존 정부 입장의 재정립이 필요하게 됐기에 민관 합동의 '숙의' 과정을 거치려는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강제징용 소송 관련 대국민 정부입장 발표문'에서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법원의 오늘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부처는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법무부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총리가 '관계부처와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함께하는 형식"이라며 "2005년과 똑같을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2005년 당시 참여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과 관련한 외교 문서를 공개하면서 그에 따른 피해 보상 문제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와 민간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위원회(총 21명)를 구성한 바 있다.
정식 명칭은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대책 민관 공동위원회'였다. 이해찬 당시 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장관 등 정부 인사와, 법률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종교계 인사 등 민간인사가 참여했다. 민의를 광범위하게 수렴하자는 차원에서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시켜 논의를 한 것이다.
2005년 8월 민관 공동위는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일양국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본인식하에 위안부 문제 등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와 함께 민관공동위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일본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결국, 이번에 새롭게 구성될 민·관 공동위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13년전 민관공동위의 결정을 바꿀지를 결정하게 됐다.
민관 공동의 검토 과정을 거치는 것은 기존 정부 입장을 사실상 변경하게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 등을 감안한 일종의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앞으로 구성될 전망인 민관 협의체가 마련할 정부 입장은 일제 강점기 피해자 구제와 한일관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 총리는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그리고 최대한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한일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판결의 취지대로 피해자를 구제하는 한편,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신속히 피해 구제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법적인 방법이 될지 다른 방법이 될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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