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마르크스·머큐리…영국 '푸른 명판'도 남성이 대다수

입력 2018-10-30 20:28  

바이런·마르크스·머큐리…영국 '푸른 명판'도 남성이 대다수
유명인 관련 건물에 부여…"여성 추천 확대해 불균형 시정해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푸른 명판'(blue plaques)이 주로 유명 남성과 관련된 건물에만 부여돼 성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푸른 명판'은 영국의 예술가나 사상가 등 유명인들을 기리기 위해 그들이 살았던 집이나 관련 건물에 붙이는 명판이다.
'푸른 명판' 계획은 1886년 처음 시작됐는데, 유명시인인 바이런이 태어난 곳에 최초로 부여됐다.
이후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소설가 조지 오웰,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 등은 물론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까지 모두 900여개의 '푸른 명판'이 관련 건물에 붙여졌다.
당초 그레이터 런던 시의회에서 '푸른 명판' 수여 여부를 심사하다가 현재 잉글리시 헤리티지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체 '푸른 명판' 중 여성과 관련된 곳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푸른 명판' 계획이 만들어진 뒤 10년 만에야 18세기 유명 여배우였던 세라 시든스의 집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1905년까지 소설가 조지 엘리엇을 포함해 겨우 5명의 여성 관련 건물에 '푸른 명판'이 붙었고, 100년이 훨씬 넘은 1986년까지도 45개의 '푸른 명판'만이 여성 유명인을 기리기 위해 수여됐다.
이후 영국 최초의 여성 의원인 낸시 에스터를 포함해 80여개의 '푸른 명판'이 추가됐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잉글리시 헤리티지의 큐레이터 디렉터인 애나 이비스는 "최근 2년간 여성 추천 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너무 적다"면서 "더 많은 여성이 추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가 영국의 여성 참정권 부여 100주년인 만큼 성별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성별 균형을 위해 기준에 못 미치는 인물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푸른 명판' 수여를 위해 80여명의 인물이 추천되지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이는 평균 12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스는 "관문은 높다. 우리는 아무에게나 명판을 건네지는 않을 것"이라며 "명판은 큰 공헌을 한 이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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