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안전·시민권 보장 약속 없어…국제사회 "여건 미성숙…강압적 송환 안 돼"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피해 국경을 넘었던 72만 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다음 달부터 본국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난민들은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측의 난민 수용 준비가 부족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예정대로 송환이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31일 로이터,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전날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난민 송환에 관한 실무회의를 열고 최대 72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경이탈 로힝야족의 본국 송환을 내달 중순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샤히둘 하크 방글라데시 외무 차관은 "11월 중순께부터 송환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미얀마 측 대표인 민트 투 외무부 사무차관도 "난민 송환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본국으로 돌아올 난민에게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다수의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첫 송환 대상자 규모와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얀마가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 등 난민 및 국제사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할지도 불분명하다.
로힝야족 리더인 모히브 울라는 "우리는 몇몇 송환 조건을 제시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를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돌아가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요구한 시민권, 우리의 인권, 우리의 땅으로 돌아가겠다는 요구, 우리의 집은 어떻게 되었는가"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도 난민이 제시한 요구사항 수용 없이 이뤄질 강압적 송환에 반대했다.
안드레이 마헤치치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미얀마 라카인주의 상황은 아직 송환에 적합하지 않다"며 "난민들이 조기에 강압적으로 송환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일정과 목표치를 정해 (강제적 송환이 진행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과 국제사회는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대량 학살과 반인도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책임자인 군 최고사령관 등을 국제법정에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물론 학살 책임자로 지목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면서 유엔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11월 국경이탈 난민을 2년 안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하고, 올 초 송환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난민과 국제사회의 반발 속에 송환 일정은 계속 지연됐다.
연말 총선을 앞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어떤 경우라도 난민들이 영구적으로 우리 영토에 머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얀마가 난민 송환을 지연시키기 위해 새로운 구실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미얀마측은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지만, 방글라데시 측이 송환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맞받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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