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빅데이터, 환자 사망확률 이천·여주 최고, 강릉·평창 최저…2.1배 차이
"지역별 병상총량제, 종합병원 병상기준 강화, 중소병원 기능전환 필요"
응급실 부적절 배치로 3천명 초과 사망…"규모 큰 권역의료센터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중소병원만 있는 지역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의 사망률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사망·입원·재입원을 줄이려면 중소병원을 구조조정하고 대형 종합병원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는 응급실이 과잉 공급되고 있는데도 대규모 시설이 부족하고 배치가 부적절해 한해 3천명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건강보험공단은 2011∼2016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자원의 공급과 의료이용, 건강결과를 분석하는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를 시행하고, 31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인이 참고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의료이용지도는 내년 초 공개된다.
◇ 이천·여주 환자 사망확률 전국 평균보다 70% 더 높다
공단은 인구수와 이동 거리를 기반으로 전국을 56개 중진료권으로 구분했다.
인구 1천명당 일반병원(급성기병원) 병상이 가장 많은 중진료권은 전주(9.9개), 가장 적은 중진료권은 성남(3.6개)으로 급성기 병상 규모는 진료권 간 최대 2.8배 차이가 났다.
1천명당 입원건수는 목포(377건)가 최다, 서울(155건)이 최소로 2.4배 격차를 보였다.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사망비(퇴원 후 30일 이내 사망)는 이천·여주(1.7)가 최고, 강릉·평창(0.8)이 최저로 2배 이상 차이였다. 사망비는 우리나라 평균이 1이다. 이천·여주는 평균보다 1.7배나 초과 사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천·여주는 급성기 병상 100%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데 반해 강릉·평창은 급성기 병상의 63%를 300병상 종합병원이 공급했고, 700병상급의 지역거점 의료기관도 있었다.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존재가 지역 간 사망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의 사망비는 경북(1.19)이 가장 높고, 대전(0.96)이 가장 낮았다. 초과 사망이 발생한 시도의 사망자를 모으면 한해 5천599명 규모다.
재입원비(퇴원 후 30일 이내 예정되지 않은 재입원)는 최고가 여수(1.4), 최저가 천안·아산(0.8)으로 1.8배 차이였다.
적절하게 외래의료를 이용했다면 입원을 예방할 수 있는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은 인구 1만명당 181건이었다.
공단은 세균성폐렴, 신장요로감염, 협심증, 증증이비인후과감염, 천식, 고혈압 등을 외래진료 민감질환으로 구분했다.
외래진료 민감질환의 입원율은 동네병원의 만성질환 관리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국 252개 시군구 중 입원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해남(545건), 가장 낮은 곳은 용인시 수지구(76건)로 7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
수지구는 인구 1만명당 일차의료 의사가 3.2명으로 많은 편이었고, 인구 1천명당 300병상 미만 병상은 0.9개로 적은 편이었다. 반대로 해남은 일차의료 의사가 1.7명에 불과했고, 300병상 미만 병상은 전국에서 최고 수준인 13.4개였다.
◇ 대형병원 병상 1개 증가하면 사망비 9%↓…"종합병원은 300병상 이상 돼야"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 수는 2016년 기준 인구 1명당 6.2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균 3.3개인 것과 비교하면 1.9배나 많다.
병상 공급 구조는 다르다. OECD는 300병상 이상 대형 의료기관의 병상이 50%를 넘지만 우리나라는 300병상 미만 중소형 의료기관 병상이 69%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병상 공급은 입원비와 재입원비를 증가시킬 뿐 사망비 감소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1천명당 급성기 병상이 1개 증가할 때마다 입원은 19건 증가하고 재입원비는 7% 증가했다.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병상이 1개 증가하면 사망비는 9%, 재입원비는 7% 감소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이 2개 이상인 지역에서는 사망비와 재입원비가 각각 25%, 24%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의 급성기 병상을 OECD 수준으로 줄이면 입원은 23%, 재입원은 20%, 진료비는 9.2%(5조9천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 내 의료의 질을 높이려면 단순히 병상만 늘어나서는 안 되고 중증질환을 다룰 수 있는 종합병원의 병상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중진료권 가운데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는 고성·영월·진천·거제·사천·김천·서산·당진·속초·시흥·이천 등 11개다.
연구 책임자인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면 병상의 절대적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중소병원의 진료 기능을 명확히 하고, 급성기병원-요양병원-요양원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입원의료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시도 및 진료권별 병상총량제, 신설 급성기 종합병원 병상기준 강화, 지역거점 병원 육성, 적정 규모 이하의 중소병원 기능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종합병원 신설 기준을 현행 100병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100∼300병상 사이 병원은 진료 기능을 평가해 지역거점병원 또는 회복기병원으로 두고, 진료 기능에 어긋나는 진료를 할 때는 수가를 깎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역응급센터 1.4배 과잉 공급…"30개는 권역센터로 전환해야"
응급의료도 입원의료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00병상 이상 규모의 응급의료센터가 지역에 없으면 중증응급환자 사망비는 1.33배 높았다.
연간 중증응급환자를 600명 미만으로 진료하는 소규모 응급실은 2천700명 이상을 진료하는 응급센터에 비해 사망비가 1.58배나 높았다.
56개 중진료권 가운데 300병상 이상 응급센터가 없는 진료권은 10곳(이천, 동해, 서산, 속초, 오산, 시흥, 진천, 사천, 거제, 고성)이었다.
국내 응급의료기관은 지역병원응급실, 지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3단계 체계다.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 필요한 지역응급센터의 수는 88개로 추산되는데 실제로는 121개가 존재해 1.4배 공급 과잉 상태였다. 또 이들 센터의 11%는 300병상 미만 규모였다.
중증응급환자의 지역응급센터까지 평균 이동시간은 37.5분이었으나 지역별 격차는 11.4배에 달했고, 환자의 부적절 초기 이용률은 평균 17%로 지역별 격차는 26배 이상이었다. 부적절 이용이란 중증환자가 센터급이 아닌 지역병원의 응급실로 먼저 간 것을 말한다.
이런 부적절 초기 이용 환자의 사망비는 1.38배 높고, 센터까지 이동시간이 90분을 초과하면 사망비는 1.21배 높았다.
17개 시도 응급사망비를 보면 부산(1.12), 대구(1.19), 울산(1.07), 인천(1.06) 등 대도시 지역이 전국 평균인 1보다 높았다.
대도시라도 소규모 응급센터가 많거나 환자의 초기 의료이용이 부적절하면 사망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사망비가 1보다 높은 시도에서는 총 2천985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중진료권에서의 응급사망비는 속초(1.7)가 가장 높았고, 당진(0.7)이 가장 낮아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속초는 300병상 이상 지역응급센터가 없고, 응급센터까지 이동시간이 75분으로 매우 길었다.
김 교수는 "중증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으려면 권역응급센터를 늘리고 지역센터를 축소해야 한다"며 "권역센터는 전 국민이 1시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총 70개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과잉 공급된 지역센터 33개 가운데 30개 정도를 권역센터로 전환하면 현재보다 응급환자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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