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정부, 분쟁종식 합의 1년여만에 "합의금 결정에 문제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려 천문학적 빚더미에 오른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와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분쟁이 2라운드로 넘어가게 됐다.
이 분쟁은 1MDB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던 아부다비 국부펀드 IPIC(국제석유투자)가 2016년 수조원대의 손실을 떠안았다고 주장, 런던 법원에 제소하면서 발생했다. 1MDB는 이에 지난해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IPIC와 합의했다.
3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토미 토머스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1MDB와 IPIC의 채무상환금 반환 합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머스 장관은 "말레이시아가 런던 법원을 통해 법적 이의를 제기할 근거는 합의금액이 사기나 공공정책에 반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1MDB는 IPIC에 해당 금액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미 지급한 14억6천만달러(약 1조6천억원)도 돌려받을 것이라고 토머스 장관은 덧붙였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고 설립한 회사이지만, 실제로는 나집 전 총리가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통로로 사용되면서 빚더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IPIC는 1MDB가 발행한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 채권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고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의 긴급대출을 제공했다가 거액의 손해를 떠안았다면서 2016년 런던 국제중재재판소에 1MDB를 제소했다.
1MDB는 결국 작년 4월 IPIC에 5년에 걸쳐 57억8천만달러(약 6조5천억원)를 갚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이 중 14억6천만달러를 상환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내에선 '1MDB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나집 전 총리가 국제법정에서 해당 사안이 다뤄지는 것을 피하려고 불리한 조건으로 서둘러 합의를 마무리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이와 관련, 토머스 장관은 재무장관을 겸임했던 나집 전 총리가 당시 1MDB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고 IPIC도 이를 모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총선에서 참패해 권좌에서 쫓겨난 나집 전 총리는 반부패법 위반과 횡령, 배임, 자금세탁 등 38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1MDB는 IPIC와 상환액을 재협상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IPIC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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