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통제한 채 학부모 회의…학부모들 "아이 볼모로 싸우는 꼴"
설립자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원 운영…작년 감사서 비리 적발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이승민 기자 = "일방적 폐원 신청이라니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설립자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폐원을 신청한 청주 A 사립유치원이 31일 긴급 학부모 회의를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학부모들의 차량이 속속 유치원에 도착한 가운데 유치원측은 경비를 통해 언론의 건물 내부 출입을 막았다.
회의는 강당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학부모 대부분 회의가 끝난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학부모 김모씨는 "원장이 감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6세 아들이 있는데 폐원하면 당장 어느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원장이 일방적으로 폐원을 통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부 학부모는 폐원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며 따졌다"며 "유치원이 너무 무책임하다. 아이들을 볼모로 정부와 싸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부모는 정부와 언론을 원망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은 이 유치원이 내년 2월 말로 폐원을 신청한 상태여서 이날 설명회의 분위기를 비롯해 학부모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청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통상 폐원 신청이 들어오면 지원금 정산 등 현장 점검에 나서지만, 내년 2월 말로 학교(유치원) 폐쇄 인가를 신청한 것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본격적인 검토는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각종 서류와 절차, 원아 조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폐원 신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6일 진단서를 첨부해 폐원을 신청한 설립자는 모 광역시에도 다른 이름의 유치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지난해 7월 공개된 충북교육청의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
설립자가 광역시에 있는 유치원까지 닫으려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6학급 300여명 규모로 충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립유치원인 A 유치원의 폐원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유치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유치원은 지난해 초 감사에서 학사, 운영위원회, 시설공사, 국외연수, 인사관리, 회계관리 등 6개 분야에서 지적을 받았다.
설립자는 이 유치원의 '소방시설 관리자' 직책으로 11개월간 2천970만원을 받았는데 같은 기간 모 광역시의 유치원에서도 하루 6시간 상시 근무하는 행정부장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월 9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유치원은 설립자가 소방시설 관리자로서 적정하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가 없었다.
A 유치원은 또 설립자가 유치원 직원이 아닌데도 교직원 해외 연수경비 263만원을 유치원회계에서 집행했다.
도교육청은 설립자와 원장을 부부로 파악하고 있다.
설립자는 유치원 교지 중 확보하지 못했던 국유지 매입비 중 보증금을 제외한 2천827만원을 유치원회계에서 집행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감사 당시 설립자에게 지급한 인건비 2천970만원, 설립자 국외연수비 263만원, 토지매입비 2천827만원 등 총 6천544만원을 유치원회계로 편입하라고 조치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직후 회수를 완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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