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해결되는 게 소원" 日 강제노역 할머니의 눈물

입력 2018-10-31 17:04  

"죽기 전에 해결되는 게 소원" 日 강제노역 할머니의 눈물
"조속한 사과·배상" 근로정신대모임, 신일본제철 대법 판결 즉각 이행 촉구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소원을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1일 광주지법 203호 법정에는 휠체어를 탄 80대 할머니와 백발의 노신사 등이 맨 앞줄에 앉았다.
이들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들로, 1·2·3차로 나뉘어 진행 중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 이날 2차 소송의 첫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1심에서 승소한 지 1년여 만에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이 재판을 시작한 지 4년이 넘었고 사건이 발생한 지도 70년이 넘었다. 우리 모두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며 조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김재림(88) 할머니는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열네살의 어린 나이에 강제 징용됐다가 숨진 오길애씨의 남동생 오철석(82)씨는 "나고야에서 열린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에서 배석 참사들이 조는 것을 보고 하나 마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가 뒤늦게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며 "고령인 원고들을 위해 빠른 판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양영수(87)·심선애(88)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고 가족이 대신 법정에 나왔다.

피해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공판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재판 진행과 일본 전범 기업들의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전날 대법원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된 남성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의 피해 배·보상이 이뤄졌다고 해도 개인 간의 청구권과 책임은 살아있음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확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모임은 특히 사건 피해 당사자들이 고령이라 시급한 권리 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변호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일본과 우리 사법부가 상반된 판결을 했다고 이해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양국 재판부 모두 개인이 직접 일본 전범 기업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 가해 기업이 직접 배상할 책임은 남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실체적 권리와 책임은 여전히 있으나 그것을 실현할 방법에 있어 우리 대법원은 재판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것이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청구권 협정 때문에 사법절차(재판)를 통한 권리확정은 받을 수 없다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당사자 간 직접 협상, 양국 외교채널을 통한 협상 등을 통해 가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쉽지는 않지만 일본이나 제3국에서 집행문을 받아 가해 기업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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