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진, '네이처'·'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다시 걸을 수 있게 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로잔대병원, 프라이부르대 등 공동연구진은 "하반신 마비 환자의 척수에 전기자극을 가해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각각 두 편의 논문으로 나뉘어 실렸다.
척수는 뇌에서 발생한 신호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만일 사고나 질병으로 척수가 손상되면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는 증상이 생긴다. 한번 손상된 척수의 기능을 되살릴 방법은 아직 없다.
연구진은 수년간 전기자극을 통해 척수의 기능을 되돌릴 방안을 연구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환자의 척수에 전기자극을 주는 무선 기기를 이식했다. 하반신 마비 환자는 척수가 손상돼 뇌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다리까지 전달하지 못하지만, 뇌 신호 대신 척수에 전기자극을 가해 다리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가장 적합한 자극 지점을 찾을 수 있게 연구진은 정교한 '신경 활성화 지도'도 만들었다.
하반신 마비 환자 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모두 1주일 만에 다리를 움직였다. 보조장비를 이용하면 보행도 가능했다. 5개월간 재활훈련을 거치면 전기자극 없이 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지난달 미국 연구진이 척수 손상 환자를 다시 걷게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지만, 이때는 걸을 때마다 전기자극을 줘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그레그와르 쿠르틴 로잔연방공대 교수는 "쥐와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해 오며 관련 기전을 계속 연구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같은 전기자극 방식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를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쿠르틴 교수는 "모든 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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